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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away

20010705 일지 2001.07.05 보성읍~조성면 대동리 약 10km 준, 흙, 현, 용 -집 (전라남도 보성군) 한마디로 말하자면 하루종일 삽질했다. 벌교로 가는 길에 어느 농부 아저씨의 꼬임에 넘어가는 바람에 2~3시간 일해 주면 점심과 차비를 주겠다는 말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하루종일 붙들려서 세 개의 밭을 일궈야 했다. 모두 손에 물집이 잡히고 발에는 물집이 터졌다.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좋은 경험이었다. 또 언제 이렇게 손이 까지도록 삽질을 해보랴. 삽질의 기본은 기술이다. 좋은 장소에 삽을 꽂고 약 35도 정도로 각을 맞춘다. 그리고 잡 머리 부분을 다리를 구부리며 무릎으로 살며시 눌러주면 삽은 흙속으로 쑤욱 들어간다. 이것이 흙을 얇게 져미는 방법이다. ㅡㅡ;; 일을 마치고 먹는 저녁은 정.. 더보기
20010706 일지 2001.07.06 흐림. 가끔 이슬비. 대동리~별량면 약 26km -마을회관 (전라남도 순천시) 날짜감각, 요일감각이 모두 꽝이 되어벼렸다. 손목에 걸려 있는 시계만이 하루의 시간을 알려줄 뿐이다. 지금 우리에겐 날짜보다 '시'라는 단위가 더 소중하게 되어버렸다. 그것이 생활의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되어버린 탓이다. 어제는 피곤한 관계로 빨리 잠이 들었다. 다시 어제 얘기를 꺼내자면 잠이라는 것도 무지 좁은 방에 주인집 아들내미 영현이까지 가세해 5명이서 미어터지고 더위에 죽을 뻔했다. 11시까지 자지도 못하다가 7시 반에서야 겨우 일어났다. 모기에 많이 물렸는데, 그 얘기를 하자면 고무신을 신고 삽질하면서부터 그 공포는 시작되었는데 수로를 파는 데부터 수많은 모기에 시달리다가 (다리 모기자국의 50%가.. 더보기
20010707 일지 2001.07.07 더럽게 맑음 별량면~광양읍 초남리 초남마을 약 32km -마을회관 (전라남도 광양시) '날라 다니는' 벌레들이 싫어진다. 모두 힘들겠다고 걱정하는데 그다지 필요치 않은 걱정이다. 생각보다 편히 지내니까. 우리나라 인심은 생각보다 많이 좋았다. 어디를 가도 그렇게 어렵거나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사진을 정말 재밌게 찍었는데 필름이 없었다. 고로 헛찍었다. ㅡㅡ;; 오늘은 많이 걸으려 했지만 늦게 일어난데다 흙의 안경이 부서지는 바람에 시내에서 안경점을 찾느라 많이 지체했다. 이제까지 맞이한 마을 중 가장 큰 규모라 조금 당황하기 까지 했다. 서울에 사는 녀석이 이만한 크기에 당황한 것이 이상하겠지만 편의점을 본 우린 감동의 눈물을 흘린뻔 했다. 여행 6일만에 처음 보는 편의점이었던 것.. 더보기
20010708 일지 2001.07.08 역시 더럽게 맑음. 초남마을~고전면 고하리 약 39km -교회 (경상남도 하동군) 어느 교회에서 묵고 있는 이 밤. 흙에게 관대한 팀원들은 8시 예배를 허락하고 같이 주일 예배를 드린 뒤 목사님의 친절한 배려로 옆 강당 한켠 방에서 자게 되었다. 오늘 기억은 이장님 딸의 자는 모습을 뒤로하고 아무 생각없이 걷기만 한 것이다. 바다를 보기 위해 흙의 농간에 빠져 지방도를 탔지만 달리는 공사 차량으로 인해 모래만 맞고 국도 타는 것 보다 배로 돌뻔 했다. 가도가도 이글거리는 넓은 길에 주위는 모두 깎아 내려서 그늘도 없었다. 그리고 길었다. 이장님 딸만 아니었어도.. 광양 제철소를 통과 했는데 햇빛이 장난이 아닌지라 온몸이 시커멓게 타버렸다. 이러다가 집에 돌아 갈 때쯤엔 황인종이 아닌 .. 더보기
20010709 일지 2001.07.09 또 더럽게 맑음. 고하리~축동면 하탑마을 약 30km 준, 흙, 현, 용 -마을회관 (경상남도 사천시) 잠자리를 찾아 파출소에 가보니까 잠자리를 잡아 주셨다. 마을 회관이었다. 이장님을 찾아 주유소를 찾아가니 이장님 부인께서 라면 가게에 데려다 주셔서 그곳에서 라면을 먹고서는 회관으로 돌아왔다.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고 씻는 곳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회관 안에 수도가 있어서 손을 씻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내일은 목욕탕이나 사우나, 찜질방을 가자고 난리다. 나도 가고 싶지만 야간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조금은 걱정이 된다. 파출소 앞에서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여기서 잘 것인가 아니면 밤새 걸은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흙과 현은 위험하다면서 이 곳에서 자자고 한다. 난 밤새 걸어 .. 더보기
20010710 일지 2001.07.10 구름 낌. 하탑 마을~고성읍 월평리 약 34km 준, 흙, 현, 용 -마을회관 (경상남도 고성군) 날씨는 좋았다. 아침에 마을회관은 언제나 그랬듯 외부에 화장실을 갖추고 있었으므로 찾아보니 결코 사람이 용변을 볼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없는지라(그럼에도 불구하고 흙이라는 인간은 그것을 해냈다) 거기다 어제 씻지 않고 자는 수모까지 이장님이 운영하시는 주유소에서 깨끗이 해결하고 사우나(or 찜질방)을 무지하고 싶었으나 고성까지 오는 길에는 발견할 수가 없었다. 도시가 아닌 곳에서 무엇을 기대하랴. 새벽에 일어났기 때문에 하루종일 걷다가 휴게소의 산채비빔밥과 된장 찌개를 먹고 쉬는 김에 푹 퍼질러 오래 있었더니 결국은 쫏겨났다. 흙이 도수 20짜리 썬크림은 자외선을 '절대' 막지 못하였기에.. 더보기
20010711 일지 2001.07.11 무진장 비옴 월평리~장승포동 약 43km 준, 흙, 현, 용 -xx 사우나 (경상남도 거제시) 아무생각 없이 걷고 또 걸었다. 폭우는 쉽게 그치지 않았다. 마구 내리는 비는 판초 우의를 별 쓸모 없이 만들어 버렸고 하의를 사고 말리라 결심하게 만들었다. 처음 거리 계산을 잘 못하는 바람에 걷고 또 걷기만 했다. 이제까지 걸은 것 중 최악의 조건이었다. 돈도 덜어지는 바람에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거제대교는 대형 트럭이 지날 때 마다 휘청 거리고 비는 위에서 퍼부었고 말이 아니었다. 중간에 비가 내리자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잠시 쉬자고 했으나 선두에 선 흙이 무작정 앞으로 나가다가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에 낭패를 당하고 말았다. 내 이럴줄 알았지. 하는 수 없이 사당처럼 보이.. 더보기
20010712 일지 2001.07.12 구름 . 준, 흙, 현 -여관 (부산광역시)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서 씻고 사우나에서 나왔다. 발이 견딜수 있는 가장 뜨거운 곳과 차가운 곳을 번갈아가면서 발의 피로를 풀어주는 족욕이라는 것이있는데 어젠 하루 종일 그 족욕이란 것을 했다. 한참 후에 물집을 터뜨리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발이 풀리고 물집도 깨끗해 졌다. 처음부터 할걸 후회된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배타고 부산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사실은 내가 정말 타보고 싶었기 때문에 조금 우겼다. 난생 처음 와보는 부산에 도착. 생각 보다 아기자기한 도시였다. 현이 말대로라면 모든 것을 서울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서울 가서 부산 얘기하면 부산이 모두 어촌인 줄 안다고 한다. 그러지 말자. 나도 처음 좀 그렇게 생각하긴 했다.. 더보기
20010713 일지 2001.07.13 한 두 방울 비 부산(기장)~남창면 약 20km 준, 흙, 현 -남창교회 (울산광역시) 용은 낮에 유리누나가 중간 투입될 때 돌아온다며 작별을 고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우린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고 우선 현의 친구를 만나 충전기를 빌리고 해운대에 갔다. 부산에 온 이상 해운대 구경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이었다. 날씨가 쌀쌀하고 비도 한두 방울 오는 지라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해변에 나와 있지 않았지만 객기를 부려가며 수영하는 남자도 있었다. 그 사람만 빼면 정말 분위기 있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리 좋은 장소는 아니었던 것 같다. 현은 SPUTNIK 글씨를 쓰다가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피하다가 엎어지고 그로인해 그토록 나의 눈을 거슬리게 했던 녹취.. 더보기
20010714 일지 2001.07.14 남창면~북구 이화마을 약 29km 준, 흙, 현 -이화교회 (울산광역시) 커뮤니티 정팅을 하기 위해 이화마을까지 엄청 큰 물집을 왼발 뒷꿈치에 얹고 왔다. 온몸에 힘이 빠지는게 물집에 바늘을 꽂은 탓인가.. 아침은 깐깐한 전도사님이 아닌 융통성이 계시는 목사님으로 인해 밥을 맛있게 (흙이 망치긴 했지만) 해 먹고 이로써 13일의 금요일은 무사히 넘겼다. 울산을 향해 걸어가는 데 흙과 아버지 간의 약속이 깨져버렸다. 허나 어찌하여쓰겠는가 내가 원했던 부산 관광은 이미 물 건너 간지 오래였고 우리의 발은 이미 울산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러나 우린 울산 시가지도 보지 못한채 나의 실수로 인해 (언제나 지도는 내가 관리한다. 고로 내가 길을 지정한다. 허걱.. 믿을 놈을 믿으라지.) 도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