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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away/4days +

20010713 일지

2001.07.13

한 두 방울 비
부산(기장)~남창면 약 20km
준, 흙, 현
-남창교회 (울산광역시)
 
  용은 낮에 유리누나가 중간 투입될 때 돌아온다며 작별을 고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우린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고 우선 현의 친구를 만나 충전기를 빌리고 해운대에 갔다. 부산에 온 이상 해운대 구경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이었다. 날씨가 쌀쌀하고 비도 한두 방울 오는 지라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해변에 나와 있지 않았지만 객기를 부려가며 수영하는 남자도 있었다. 그 사람만 빼면 정말 분위기 있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리 좋은 장소는 아니었던 것 같다. 현은 SPUTNIK 글씨를 쓰다가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피하다가 엎어지고 그로인해 그토록 나의 눈을 거슬리게 했던 녹취기는 망가졌다. 우후후.. 흙은 웃으며 사장 위의 거리에 있는 벤치에 앉다가 가방무게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로 넘어가는 '13일의 금요일' 이었다. 그러나 나는 가는 길에 100원을 줍는 행운을 얻었다. 진정 나는 어둠의 자식이란 말인가.
 지난번 보다 대형트럭이 지나가면 더 흔들거리는 다리를 지나 이리저리 치이며 온양 가까이에 오게 되었다. 경험상으로 네온불빛이 반짝이는 곳으로는 가지 않기 때문에 그 전의 마을에서 주저 앉았다. 우리가 집 앞에 앉아 있자 그 집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불쌍한지 할머니께서 잡수시려고 따다 놓셨던 토마토와 과일을 내놓으셨다. 한동안 볼수 없던 귤도 나왔다. 우린 그것을 허겁지겁 먹고는 이장님 댁을 물어보니 도로 건너 편에 가면 계시다고 하셔서 가보니 마을 회관은 아니고 터는 빌려 주신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날씨가 정말 맘에 안들게 꾸리꾸리 했기 때문에 우리는 포기하고 네온이 반짝이는 그곳으로 발을 돌려야만 했다. 날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깜깜해져서야 그곳에 도착했지만 특별한 대책이 없었기 때문에 우선은 교회를 찾아보기로 하고 가까운 교회로 가보았지만 예배 중이라 다시 나왔다. 그래서 할머니께서 얘기해 주신 기차 역에 갔지만 그다지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경찰서로 향했다. 역시나 였다. 이렇게 우리의 레파토리가 통하지 않는 곳은 처음이었다. 아마도 대도시 사이에 찡긴 탓일게다. 마지막으로 우린 교회에 희망을 걸고 커다란 남창교회로 향했다. 그때가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우린 2시간 넘게 잠자리만 찾아 헤맨 것이다. 최고다. 제길.
 처음엔 거절하다가 우리가 더 이상 갈때도 없고 지친지라 그 앞에 앉아 있자 불쌍하게 보였는지 다시 들여 보내 주었다. 교회가 문을 닫는 시각이라 아무도 없다며 전도사님은 약간 고민하시더니 유일한 기독교 신자인 흙이의 신분을 확인 한다며 동네방네 전화를 해가며 20분정도 우릴 밖에 새워 놓았다. 가뜩이나 피곤해 죽겠는데..
 특이한건 교회 전화번호를 모른다며 흙이 독실한 신자가 아닌 것처럼 말한 것이다. 정말 독실한 전도사님이었다. 흙도 나름대로 고생해가며 겨우 모교회 집사님께 연락이 되어서 신분 증명을 하게 되었고 하룻밤 묵을 수 있었다. 어허.. 왜그리 고지식 하신지.
 
+힘들어도 우린 걷는다. 그 끝에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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