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reakaway/4days +

20010716 일지

2001.07.16

하늘이 구름
배반중마을~건천읍 약 20km
유리, 준, 혜진, 흙, 현, 용
-여관 (경상북도 경주시)
 
  아침에 일어나서 경주로 출발하였다. 초췌한 신문왕 무덤과 산속에 있는 선덕여왕릉. 한세기를 풍미했던 인물들이었지만 그 무덤은 초라했다. 무덤하나 그리고 풀만이 무성했다. 안압지는 터만 있는 줄 알았으나 정말 매력적인 장소였다. 넓은 연못가는 환상이었다. 건물을 모두 복원하고 땅을 제대로 다졌다면 아.. 내가 옛날로 돌아가 그 실체를 보고 싶을 정도 였다.
 월성은 입구에서 더 이상 들어가지 못했고 첨성대는 본래 담장 같은 것은 없었겠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조그마한 공간에 놓여 있기에는 너무 초라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길거리에서 보이는 언덕 같은 고분들이 더 거대하고 웅장하게 보였다.
 마차가 다니고 있었는데 우리가 길 끝에 갔을 때 말이 마차 끄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관광지라지만 도시는 쉬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그것이 경주의 느낌이었다.
  시가지에서야 바가지를 썼다는 걸 깨닫게 한 경주빵을 집으로 보내고,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아 고속버스터미널까지 급하게 가서 앉아있자 금새 유리누나와 혜진이가 도착했다. 겜방에 있다던 용도 합류하고 갑자기 두배로 비대해진 그 인원으로 우린 출발했다.
 1인분에 이천원하는 돼지고기를 먹었는데 1인분이 1인분이 아닌지라 2인분씩 먹었다. 집으로 필름을 보내고 흙도 나름대로 편지를 보내고 영천쪽으로 향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우릴 보며 한말이 생각난다. "초라해서 못 알아 봤어. 우리도 그렇게 타는거야?" 우리도 이렇게 될 줄 알았던가. 가방은 미리 말한대로 가볍게 싸가지고 왔더랬다. 확실하게 청소엔 흙, 설거지엔 현, 밥엔 내가 정해져 있었는데 인원이 많이 졌으니 다시 나누어야 겠지. 내 밥 솜씨는 나날이 발전에 이젠 인정 받고 있다. 핫핫. 경주까지 오는 사이에 쌀을 다 소비했기 때문에 용으로부터 쌀을 보급 받았고 경주 시내 하나로 마트에서 반찬으로 카레와 국, 그리고 김을 샀다. 사람이 많으니까 사는 양도 비대해진다.
 쭉 가는데 갑자기 유리누나와 혜진이가 속력을 내는 바람에 미친 듯이 걸어야만 했다. 왜 그랬냐고 물으니까 내가 뒤에서 쫏아와서 그랬단다. 돌아버리겠네. 그렇게 빨리 걸은 적이 없는 우리는 힘들어 죽을뻔 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건천읍에 도착한 우린 우선 파출소에 가서 얘기 하니 그 마을 이장님을 소개해주시었다. 본래 마을 회관에서 자려는 우리의 계획과는 달리 여관에서 묵게 된 우리에게 이장님은 고기까지 사주셔서 정말 배불리 저녁을 먹게 되었다. 이장님이 본래 인사차 들리셔서는 진심이었는지 지나가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고기 좀 사줄까?" 하는 말에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있었는데 기현이가 "네!"라고 당당하게 말해서 얻어 먹게 되었다. 좋은건지 나쁜건지..
 아무튼 방도 좋았고 목욕탕도 좋았고 오늘 하루는 편하게 잘 것 같다. 너무 편한 점부터 중간 투입자들한테 보여주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 이정도면 우리가 묵은 장소중에 최고급이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생활에 맛을 들려주면 안되는데..
 서울에 비가 정말 많이 와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데 집에 전화하니 괜찮은 것 같아 다행이다. 뉴스를 보니 그래도 걱정이 된다.

'breakaway > 4days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10714 일지  (0) 2008.02.16
20010715 일지  (0) 2008.02.16
20010717 일지  (0) 2008.02.16
20010718 일지  (0) 2008.02.16
20010719 일지  (0) 2008.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