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이 주는 인지 기능의 방해

featureshoot.com 연작을 번역한 포스팅 중에서 매튜 캠버의 작품들을 소개한 글이 있다.

매튜 갬버, 지각능력에 혼란을 주는 연작


 
 
근래에 읽었던 사진에 관련된 책에서 이런 내용이 있었다.

  "사진에서 컬러와 흑백은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두 가지의 매체다. 즉 컬러는 컬러로, 흑백은 흑백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흑백사진에서는 회색의 톤들과 이 톤들 간의 관계를, 컬러사진에서는 컬러들이 만들어내는 추상적인 형태들과 색상들 간의 조화를 살펴보아야 한다.
  따라서 컬러사진에서는 감정적인 표현이나 구성 요소들 간의 관계 설덩도 모두 흑백사진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컬러사진에서는 색상 그 자체가 중심 요소가 될 때 성공적으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색상, 색상들 간의 관계의 조화, 색상의 강도, 그리고 사진에 의미를 주는 색상들의 위치 설정 등을 통해 컬러사진은 강력한 힘을 가진다. 색상을 제거해도 사진의 의미가 전혀 손상되지 않고, 음영과 형태만이 중요다면 당연히 흑백사진을 선택해야 한다.

  ..중략..

  컬러사진에서 색상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선과 형태는 흑백사진에서 선과 형태가 만들어내는 톤의 조화미 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색상의 깊이와 함께 채도는 사진의 전체적인 특징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의 눈은 무엇보다도 보색에 우선적으로 끌린다. 즉 상반되는 색상의 구성 요소가 사진 속에 있을 때 우리의 눈은 즉각적으로 이 둘의 관계를 읽어내려고 집중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우리의 눈은 비슷한 색상들을 묶어서 보려는 성향이 있다. 이미 게슈탈트 이론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 눈은 유사성을 통해 '묶는grouping' 성향이 있다. 따라서 비슷한 형태는 물론이고, 비슷한 색상을 하나로 묶어서 보려는 눈의 경향으로 사진 속에 있는 컬러의 유사성 또한 컬러사진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이하 생략..", 김성민, 2012,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사진강의노트', 소울메이트


 

이 글을 보면 매튜 갬버가 지적하고 있었던 인지기능의 방해가 어떤 식으로 일어날 수 있는지 예상이 가능하다. 인간의 시선은 비슷한 형태나 색상을 묶어서 보려는 성향이 있으므로, 즉 비슷한 사물들이 존재할 경우 인지과정에서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다. 그런식으로 인지과정에서 '알고 있다고 판단된 정보를 흘려버림으로서' 시간을 단축시키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두번째 보는 영화가 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므로 중요한 정보가 누락되기도 한다.

매튜 갬버의 설명에 의하면, 컬러사진을 흑백으로 변화시킴으로해서 색상이 주는 대비효과를 결여시킨다. 그렇게 함으로서 보색주는 색상의 대비를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된다. 요즘 흑백사진에 매력에 푹 빠져,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사물의 통해 색상의 대비를 무너뜨리고자 시도해보았다.

좌측은 '녹슨 문'이며 우측은 버려진 '스프레이페인트' 이다. 색상을 무력화 시킴으로서 흑백사진은 형태나 구성이 주는 의미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이번 사진의 경우 통념적으로 우리가 의식하는 '빨간색'이 주는 경고의 비문자적 메세지를 의도적으로 방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색상을 배제시킴으로서 형태의 인지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은 감상자로 하여금 작가가 의도한 의미를 집중할 수 있게끔 해주는 장치로 사용할 수 있다. 흑백사진을 찍으면서 톤의 미묘한 변화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구성이나 형태가 강조된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반면 컬러사진은 사실적이면서 때때로 과도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