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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away/4days +

20010726 일지

2001.07.26

흐렸다가 맑음
원주시~지제면 무왕 2리 약 28km
준, 흙, 현, 용
-마을회관 (경기도 양평군)
 
 9시 정도에 출발하여 간현을 향해 가는데, 간현에 도착하자 나의 환상은 깨져버렸다. 조용한 동네로 알고 있었지만 '대한민국 유원지 간현'이라 붙여진 거대한 간판. 아무튼 입장료를 받기 때문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간현 이후로 휴게소, 아니 구멍 가게도 보기가 힘들었다. 겨우 찾은 가게는 '닭'만 팔고, 점심 식사를 하고 싶어도 식당도 그렇게 찾기가 어려웠다. 어느 마을 앞에서 쉬다가 안으로 들어가서 물도 얻고 좀 씻고 한참 걷다보니 '산모루'라는 전혀 식당처럼 안생긴 카페가 나왔다. 우리는 급한 김에 그곳으로 들어가 밥이 되냐고 물어보니 카레라이스가 된다고 해서 우린 그곳에서 집을 풀수 있게 되었다. 돈벌겠다고 하는 카페는 아닌 듯 싶고 인테리어는 정말 예쁘게 꾸며 놓은 곳이었다. 주인 아주머니 나이는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데 화장은 30대 초반이고 행동과 옷은 20대 같았다. 그런 것이 잘 어울리고 귀여우셨다. 허나 뒤늦게 카레 값이 8천원이라는 사실에 잠시 깜빡 죽을 뻔했다. 그러나 건더기 만큼은 정말 커서 8천원 쯤 해도 괜찮겠다 싶은 양에다 맛이었다.
 카페를 나온 뒤 터벅터벅 걸어서 강원도를 넘고 경기도에 다달아 양평으로 가려 했으나 60km 남았다는 표지판에 포기하고 내일을 기약했다.
  잠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차이다가 무왕리에 도착하니 21시정도 되었다. 날은 깜깜해져서 후레쉬를 켜고 다녔는데 원래 무왕리까지 갈 예정이 아니었다. 그 주변 교회나 마을 회관을 찾아 보았으나 우리가 들렸던 한 마을 회관은 이장님이 안된다고 하셨고 교회 하나는 안에서 출산이 있어서 외부인을 들이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한 교회는 예배 중이라 말도 못 꺼내고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무왕리까지 걸어와 처음엔 그 앞에 있는 도로 공사 사무실에 부탁 하려다가 마을에 먼저 들어가 보기로 했다. 다행이 회관 옆집에 사시는 아저씨께서 괜찮다고 하시면서 자도 된다고 허락하셨다. 그집에서 라면도 얻어 먹고 나와서 짐은 풀었지만 그 마을 이장님께 알리지 않은게 걱정된다. 아저씨께서 괜찮다고 하시지만..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갈 것이다.
 
+서울에 가까워 질수록 인심이 나빠진다.
+가방 무게를 재본 결과 내 가방이 제일 무겁다. 13kg.
+ 목적? 단지 걷고 싶었고 이런 경험에서 경험이 싹트겠지. 다행이게도 이제 목적에 대해 번민하는 마음은 가라 앉아간다. 자신과의 대화, 이렇게 걷다보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다는 생활에서 내가 누군가와 사소한 일만으로도 섬세한 그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우린 육체적으로는 건강한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긴장으로 인해 피폐해져 가고 있으니까. 내가 상대방을 대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사람의 반응을 좀더 자세하게 살피고 배려하게 되는 것. 어쩌면 난 내가 세상으로 돌아와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인지도 몰라. 나와의 대화, 남을 대하는 방법. 그것이 나를 찾는 여행이지. 이것이 내 여행의 목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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