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reakaway/4days +

20010729 일지

2001.07.29

아침에 비가 무지 옴 그리고 왔다 안왔다.. 내일도?
청평리~가산면 약 27km
준, 흙, 현
-면사무소 (경기도 포천군)
 
  새벽 3시에 깨어보니 비가 억수 같이 내리고 있었다. 아마도 천둥과 떨어지는 비에 텐트가 새는 물에 맞은 거 같아 깬 것 같았다. 그렇게 어떤 상황에서도 잠을 이루던 현이 깨어나 시간을 물어볼 정도 였으니 상황은 정말 심각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새고 있는 텐트를 바라보고는 밖으로 나가서 플라이를 다시 팽팽하게 고정시키고 들어오니 쫄딱 젖어 버렸다. 어쨌든 한번 새기 시작한 곳은 멈추지 않았다. 어제한 빨래는 물론 마르기는커녕 더 젖어 있었고 밍기적 거리며 라면을 끓여 먹고 짐을 싸서 모두 밖으로 끌어 내니 바닥이 흥건이 젖어 있었다. 위에서 새는 물보다 아래에서 새는 물이 더 무섭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가방 등 부분이 다 젖어 있었다. 다행이 매트를 깔고 자서 아침에 물속에서 허우적 거리는 일이 없었던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비가 잠시 끄치긴 했어도 더 올꺼 같아 샌달을 신고 걷기 시작했는데, 비는 오지 않았다. 아픈 발에 껄떡거리는 아이가 있는 가게 앞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다시 출발하였다. 점심으로 보리밥을 먹고 나오자 비가 또다시 억수같이 쏟아져서 우비를 입었다.
 신 발은 역시나 다 젖고, 안 젖을 려고 발버둥 쳤으나 비는 질보다 양으로 승부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산이 앞에 있었다. 포천가는 길에 그런 난관이 있을 줄이야. 겨우겨우 넘어서 포천 막걸리 양조장 앞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 포천 막걸리 한 병을 사서 나눠 마신 후 술김에 길을 걸었다. 신발과 옷은 비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소흘로 가는 도중에 가산 면사무소를 만날 수 있었다.
 경기도 호우 경보 때문에 비상근무가 걸려 있었다. 우리가 숙직실을 차지하고 자는게 좀 미안했다. 처음엔 몇분 뿐이 없었는데 사태가 심각해 지는지 점점 많은 분이 나오신다.
 
+비에 젖은 플라이. 약 15kg 되지 않을까. 아아~ 더 이상 무거워지면 안돼.
+밖에 수도꼭지가 있어서 목욕했다. 우리는 이제 수도꼭지가 있다면 그곳이 밖이라서 사람들이 볼수 있던 없던 홀랑 벗고 목욕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폐인.

'breakaway > 4days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10727 일지  (0) 2008.02.16
20010728 일지  (0) 2008.02.16
20010730 일지  (0) 2008.02.16
20010731 일지  (0) 2008.02.16
04 January 2008, 여기가 맨체스터.  (2) 2008.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