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reakaway/4days +

20010731 일지

2001.07.31

임진각에 도착하니까 그치는 것은 무슨 심보지
법원읍~임진각 (버스, 지하철)~구로 5동 약 17km (차량, 열차 이동 제외)
준, 흙, 현
-나의 집!! (서울특별시 구로구)
 
 드디어 임진각을 향해 출발하게 되었다. 꿈에 그리던 서울 입성이 오늘인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선생님들 사이에서 식사를 하고 역시나 늦게 잔 타격이 커서 아저씨께서는 새벽가지 주무시지 않고 밖에 앉아 계셨다고 한다. 아침엔 출근하는 연수원 임직원분들께 인사를 드렸다. 직원분들께서 과일과 음료수를 주셔서 그것을 받고 출발 했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서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임진각으로 가는 도중에 이이 유적지에 들려서 신사임당 묘와 이이 묘룰 보고 미군기지와 여러 군사기지를 지나 화석정으로 올라가 임진강을 바라보았다. 비가 많이 그쳐서 우비를 벗었다. 화장실이 좀 열악했지.
 통일로를 따라 걷는데 다시 비가 억수 같이 쏟아졌다. 난 우비를 입고 있었지만 녀석들은 맞을 만한 비라고 개기다가 다 젖고 말았다. 다행이 한 가게 아주머니께서 들어오라고 해서 그곳에서 비를 피할 수 있었다. 커피까지 얻어 먹고 비가 약간 그쳐서 나와 걷는데 그때까지는 신발이 아직 젖지 않은 상태였다. 그. 러. 나. 갈라진 길이라 생각하고 철도 근처로 가 그 옆에 있는 길로 빠지기 위해 중간의 길을 넘는 과정에서 내가 앞서서 뛰다가 부실한 흙덩이에 한쪽 다리가 빠져서 늪같이 발버둥 치면 더 안으로 들어가게 생긴 그곳에서 다행이 아이들이 끌어올려줘서 빠져 나올수 있었다. 허억. 인디아나존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결국 만나는 길이었음을 깨달은 나는 한심함을 한탄하며 앞으로 갔다. 그때 비는 다시 억수같이 내리고 이번엔 정말 억수 같았다. 다리 밑으로 피하는데 나는 다리에 뭍은 그 흙들을 털리 위해 일부로 미친 듯이 싸돌아 다니니까 다 씻기더군.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우린 그냥 임진각으로 가기로 했다. 비바람은 우리가 짐덩이를 지고 있음에도 중심을 잃고 넘어지게 할 정도로 강렬했다. 정말 아팠다. 그 비에 일어나는 물보라에 차마 5m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지나다니던 차들도 모두 옆에 주차해 서 있었다. 비가 너무 아파서 현이와 벤 옆에 쭈구려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차가 출발해 버렸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그렇다고 그렇게 출발해 버리다니 조금 야속했다. 하긴 어떤 미친놈들이 차 옆에 쭈구려 앉아 있는데 무섭지 않을 사람 있겠는가. 아무튼 기분이 머해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어쨌든 우리는 임진각에 도착하고 비는 조금씩 그쳐갔다. 관광객들이 우릴 보고는 어떻게 왔냐고 물어보고 이때까지 걸어와다니까 같이 기념 사진도 찍어달라고 한다. 사진도 같이 찍고 우리도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다가 배가 고파 점심을 먹었다. 찜찜했는지 애덜은 옷을 다 갈아 입었는데 난 귀찮아서 갈아 입지 않았다.
 비는 그쳐 있고 우린 구경도 할 겸 사진도 찍을 겸해서 나왔다.
 임진각 앞에서 끊어진 다리를 보는데 우리가 분단 되었다는 것이 실감 나더랬다.
  여기가지 온 것이 조금은 허무하다고 생각하는 눈치다. 하지만 나는 글쎄, '후련하다'라는 말이 정확한 내 표현이었다. 어쨌든 나는 이곳에 있고 이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 현실이라는 것에 대해 좀더 정확하게 직시할 수 있는 마음을 얻었다고 생각했으니까.
 버스를 타고 집으로 내려오는데 생각 보다 담담했다. 언제나 내가 있는 곳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로써 31일간의 전국관통기는 막을 내린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또다시 해보고 싶다. 처음 시작할때 진정 내가 얻는게 무엇인지 몰랐다. 처음엔 단순히 걷고 싶다는 차원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내 자신을 건진 계기가 되었으니까.. 그 다음엔 무엇을 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떠나야지.

 
 
총 도보 거리 764km (도보 외 이동 수단 제외) ---> 1910 리

'breakaway > 4days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10729 일지  (0) 2008.02.16
20010730 일지  (0) 2008.02.16
04 January 2008, 여기가 맨체스터.  (2) 2008.02.15
03 January 2008, 저의 방을 소개합니다.  (2) 2008.02.15
03 January 2008, 영국을 밟다.  (0) 2008.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