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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away/4days +

20010704 일지

2001.07.04

매우 더움
군동면~보성읍 약 25km (실제거리 약 33km, 히치 이동 제외)
준, 흙, 현, 용
-서부교회 (전라남도 보성군)
 
  드디어 여행 3일째를 맞이한다. 3일째가 고비일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오늘은 피곤함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서서히 적응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기현이도 재미있어 해 하는 것 같다. 친절하신 경찰분들이 계신 파줄소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보성을 향해 출발했다. 오늘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가게에서 아주머니께서 수박을 먹게 해주셨다. 하지만 그 친절한 인심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았다. 길을 가다가 가게도 없고 주유소도 없는 곳에서 우린 물이 바닥나는 비상사태에 빠지게 되었다. 그때 트럭을 몰고 가시던 아저씨께서 차를 태워 주셨다. 도보여행하면서 히치를 하냐고 핀잔을 먹긴했지만 우리도 오랜 여행을 해야하기에 사소한 것에도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었다. 아저씨께서는 힘내라며 물과 날계란까지 주셨다. 우린 계란을 먹고 힘을 내며 아저씨께서 가르쳐 주신 차 없는 조용한 길로 발길을 재촉했다. 언덕을 넘었을 때 옆으로 수박트럭이 지나갔다. 앞에서 용이 갈망하는 눈길로 쳐다보자-라고 용에게 들었다- 트럭을 세우고 수박 장수 아저씨께서 손수 수박 한덩이를 잘라 주시고서는 유유히 사라지셨다. 우리는 기뻐하며 수박을 먹는데 뒤쳐진 현이 수박을 보자마자 100m 거리를 단숨에 주파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박을 향해 아귀 같이 달려드는 모습에 우리는 아연실색하고 현은 입가에 붉은 액체와 건더기를 뭍이고 미쳐가고 있었다. 그리고 수박이 하얗게 변해서야 제 정상으로 돌아왔다. 신기한 몰골이었다.
 다시 길을 걷다가 서편제의 본고장이라는 곳에서 정자에 짐을 풀고 조용히 얘기하며 넓은 논에서 바람에 흔들거리는 푸른 물결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날아오르는 백로와 재두루미.. 세상은 과연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 푸른 물결 속에 우리는 살아 있었다.
 어제는 피곤해서 쓰다가 자버리고 지금은 처음으로 교회에서 묵고 있다. 집사님께서 아이들과 같이 지내시는 곳이었는데 흥쾌히 우리의 숙박을 허락해 주셨다. 저녁 밥도 지어주셨는데 그 김치찌개의 맛은 결코 잊을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우리는 수요예배를 드리고 예배당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의자에서 떨어지면 안되는데..
  인심이 너무 후해서 무언가 받는다는데 죄송하다. 도보여행인데 다른 사람들에겐 다 그렇게 말하고 히치나 하다니.. 그래도 20km 이상은 걸으니까 다행이다. 어깨가 많이 아프다. 제길.. 내 어깨가 이렇게 약할 줄이야. 암튼 힘내자.
 내일 모레까지는 순천까지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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