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reakaway/4days +

08-09 June 2008, Firenze, Italy

08-09 June 2008, Milano, Italy
3,4일차
Written & Photographed by Az

08th route: Guesthouse> Stazione Centrale F.S.> Firenze S.M.N.> Hostel Archi Rossi
                   > Trattoria/Pizzeria Nerone> Piazza della Signoria> Palazzo vecchio> Ponte Vecchio
                   > Hostel
09th route: Duomo> Market> Cheista di Santa Maria Novella> Mavi
                   > Chiesa di Sam Miniato al Monte> Pizaazale Michelangelo> Hostel


8일.

 민박집의 아침 식사는 전날보다 맛있지 않다. 지지난밤 맛나게 이야기하던 숙박객들이 그들의 길로 떠나자 홀로 남겨진 탓일 수도 있겠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여 웃고 떠들고 여행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타지에서 다시 흩어지는 것이 여행의 낭만이라고들 말하지만 이 작은 이별도 사람의 마음 속에서 그 흔적을 남기나보다.

 사장님의 손짓을 뒤로하고 버스가 달린다. 밀라노 중앙역에서 열차를 타고 피렌체를 그려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길 중간 즈음 아주머니 한분이 옆에 앉으신다. 서로 웃음을 주고 받고 눈을 창밖으로 돌리려는데 무슨 말씀이 하시고 싶으신지 말을 거신다. 이탈리아어를 못 한다고 말씀드리자 자신의 티켓을 보여주시니 나의 좌석번호가 똑같이 찍혀 있다. 나도 서둘러 인터넷에서 프린트한 티켓을 보여드리니 쓴 웃음을 지우시며 이상한 일이라고 하신다. 나도 함께 고개를 갸우뚱 거릴 수 밖에. 다행히 이날 열차에는 빈좌석이 많았다.

 피렌체에 당도해 호스텔Hostel Archi Rossi로 향한다. 호스텔 프런트는 많은 여행객들이 붐비고 있다. 피렌체에서 가장 있기 있는 호스텔이라더니 소문이 사실이다. 1층 벽에 그려진 명화의 모작들, 그리고 나머지 빈공간을 채우는 각국의 언어로 쓰여진 낙서들은 얼마나 많은 여행객들이 이 호스텔을 사랑했는지 보여준다. 간간히 눈에 들어오는 한글이 반갑다. 가방을 맞기고 길을 나선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라 우선 배를 채우기로 하고 호스텔이 있는 골목 맨 끝자락에 위치한 레스토랑Trattoria/Pizzeria Nerone으로 들어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의외로 사람이 없다. 알고보니 이탈리아 사람들의 식사시간은 낮잠을 겸하여 1~3시. 게다가 레스토랑들은 12시가 되서야 문을 연단다. 레스토랑의 두번째 손님이 되었다. 이탈리아에서 방문했던 레스토랑들은 음악이 없었다. 하지만 들리는 소리들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식욕을 돋군다. 화덕 소리와 도우를 빚는 소리, 그릇 옮기는 소리와 포크와 나이프의 찰랑 거리는 소리, 때론 빠르게, 때론 감미롭게 들리는 이탈리아어. 부담스럽지 않은 조명, 딱딱하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인테리어는 시시각각 리드미컬하게 주위를 맴돈다. 고르곤졸라 피자의 맛은 최고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았다. 이제까지 맛본 피자 중 최고였다.

 우피치 미술관Gallegria degli Uffizi를 향한다. 산로렌초 성당Basilica di San Lorezo 뒤 쪽에 자리 잡은 부산한 가죽시장을 지나 두오모Duomo를 바라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길게 늘어진 관광객들이 지중해의 태양을 피하기 위해 그늘로 서로서로를 비집고 들어선다.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에 도착해 우피치 미술관을 바라보니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드나드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새삼 고민이 든다.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진본의 그림을 보기위해 찾아헤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느껴질 감동이 내게도 닿으리란 보장은 없다. 물론 밀라노의 '최후의 만찬'은 격이 다름을 인정하지만 대다수의 그림들은 시대 상황과 그들의 추구했던 철학관이 전부이기도 하다. 오히려 내게 아찔한 자극을 강요하는 것은 현대 미술이다. 어찌되었건 보티첼리에 목 매는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발을 멈춘다.

 그러자 왼편에서 다비드와 헤라클레스가 은근한 눈빛을 내게 보낸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들 사이로 들어서니 사각형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알고보니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이다. 피렌체에는 두오모만 있는 줄 알았다. 어찌되었건 이탈리아도 예전에는 왕정국가였고, 이 궁전이 그 유명한 피렌체 공국의 청사였다. 현재는 시청으로 이용되나 일부 공간은 개방되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통로를 따라 성을 거닌다. 파티의 장이 되었을 넓은 연회장과 실용적으로 꾸며진 공간구성은 심플하지만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세계지도로 사면의 벽이 꾸며진 방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상업과 금융업으로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가의 저력을 알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가 쇄국정책을 펴던 조선 시대. 메디치가는 세계 지도를 그릴 정도로 온 세상을 휘젓고 있었다. 그 중앙에는 높이 삼미터가 넘는 지구본이 있다. 이 또한 장식이라기 보다는 실제적인 도구였다. 철저한 실용주의는 그들에게 권력을 주었다.

 메디치가에 경의를 표하고 피티궁전Palazzo Pitti을 가기 위해 베키오 다리Palazzo vecchio로 걸음을 옮긴다. 우피치 미술관에서 베키오 다리로 가는 길목에 자물쇠가 한 가득 채워진 고리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만난 이 곳에서 사랑 맹세로서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아르노강Fiume Arno에 버리는 언약식 때문이다. 녹슬어 가는 자물쇠 만큼 그들에게 사랑에 대한 증거가 남가있길 바란다.

 피티궁전의 티켓창구 앞에서 발걸음이 멈춘다. 가격이 상상이상이다. 궁전과 현대미술관, 보볼리정원Giardino di Boboli가 €10이다. 잠시 고민이다. 크기로 봐서는 상당한데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할 것인가가 의심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결론은  피티궁전을 포기했으나 후일 알아보니 사람들이 극찬하는 곳이다. 메디치가의 실질적은 주거 공간으로 이용된 피티궁전은, 특히나 보볼리정원은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내가 가지고 있던 가이드북(백배즐기기)은 피티궁전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이드북은 두번에 걸쳐 나를 발렸다. 가이드북은 주가 아니라 보일 뿐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피티궁전을 놓으니 시간이 넘친다. 다음날 계획된 미켈란젤로 광장Pizaazale Michelangelo을 찾아볼까 하고 보볼리 정원 우측으로 돌아간다. 정원을 돌아가면 광장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길은 높아져만 간다. 잠시 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폭우가 되어 천둥이 친다. 걸어온지 한시간이 되자 오기가 생긴다. 길이 있으면 끝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걷자 산이 나왔다. 아차싶었다. 지도를 다시 보니 산 둘레가 생각보다 큰 것이다. 어리석은 오기는 네시간이 지나서야 폭풍우 속에서 관광코스로 나를 놓아준다.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만든 표지판이든 산속에 자리 잡고 있는 그 담벼락 높은 부잣집들이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아둔한 모험심의 결론일 뿐이다. 호스텔에 도착했을때 온몸은 냉기로 휘감겨 있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고서야 몸속으로 침투한 냉기가 한결 가신다. 맥주는 오장육부를 뜨겁게 기름칠 해주었다.


9일.

 호스텔의 아침식사는 감동이었다. 음료와 토스트, 계란의 요리 방법을 고른 후 뷔페식으로 셀러드와 과일, 케잌, 파스타 등을 가져다가 식사한다. 배부른 아침 식사는 하루를 활기차게 만들어 준다. 식사를 끝나자 두오모Duomo로 향했다.

 시간이 너무 이른 탓에 실내 입장은 아직이다. 먼저 두오모 전망대를 오른다.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약속 장소가 된 곳이자 이 때문에 두오모에 일본과 한국 관광객을 몰리게 한 그 곳이다. 좁다란 원통형 계단과 쿠폴라를 한바퀴 돌아,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피렌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부 관광객은 올라오다 지쳤는지 도착하자마자 숨을 고른다. 아찔하다. 잘 정돈된 피렌체 붉은 지붕의 물결. 넓게 펼처진 도시의 파도는 가슴을 울렁인다. 기둥에 기대어 약 반세기 이상 이 도시의 상징이 되어온 두오모의 일부가 되어 도시를 지켜 본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두오모 안으로 들어서자 그 거대한 기둥들 끝에 쿠폴라 지붕에 그려진 바사리Vasari의 '창세기'와 '최후의 심판'이 거부할 수 없는 위엄을 뿜어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망대에 오르는 길에 확인했던 그 거대한 프레스코화에 경의를 표한다. 천국과 지옥, 인간은 평생 아슬아슬 경계선을 걷는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호스텔로 돌아가는 중 중앙시장에 들렸다. 1층에는 각종 파스타와 소스, 오일류를 파는 가게들과, 빵집, 정육점 등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맨체스터로 돌아와 요리하기 위해 파스타를 구입했다. 2층에는 야채와 과일 팔고 있다. 재래식 시장처럼 지중해의 햇빛을 받아 자라난 이 열매들은 한층 분명하고 빛나는 생상과 싱그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체리 500g을 사니 종이 봉지의 반이 찬다. 체리가 입안에서 탱글거리며 돌아다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저것 간식거리도 많으니 점심 시간이라도 배고품은 소식이 없다. 식사는 건너뛰기로 하고 다음 목적지는 산타마리아 노벨라 교회Cheista di Santa Maria Novella로 향한다. 허나 이탈리아에서 방문하게 될 대부분의 건물들이 성당이니 이번에는 인기도가 떨어지는 이 건물의 외관만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드디어 어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미켈란젤로 광장Pizaazale Michelangelo을 찾아 나섰다. 그 길에 있는 피렌체 최고의 젤라또 전문점을 찾기 위해 가이드북을 들고 한참을 헤매니 닫혀있는 곳이 아닌가. 한탄스럽고 배가 조금 허기 지자 그 길로 눈 앞에 보이는 터키 음식점Mavi으로 들어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는 것이 케밥 뿐이라 주문하니 덩치좋은 요리사가 재빠른 손놀림으로 그의 팔뚝만한 케밥을 건내준다. 그리고 살며시 학생이냐고 물으니 할인까지 적용하여 €3.5. 정말로 맛있다.

 미켈란젤로 광장을 찾아 올라가니 정상인 듯 싶은 곳에 산 미니아토 알 몬테 성당Chiesa di San Miniato al Monte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가 광장인가 싶다 했으나 공동묘지Porte Sante로 둘러싸인 곳이다. 모던한 성당의 모습도 좋지만 공동묘지를 한가로이 거닐다보니 장묘문화가 여기서 차이가 나는지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떤 것보다 서양문화를 존경하고 부러운 것이 있다면 삶과 죽음이 함께하는 모습이다. 공원 같이 꾸며진 공동묘지에는 그들의 생전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기록되어 있고, 추억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메모리즈는 결혼식을 표현한 조각상이었다.

 성당에서 내려 오는 길에 아무것도 없는 심심한 광장 하나가 보인다. 이곳이 이틀동안 찾아 헤매이던 미켈란젤로 광장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상당한 풍경이라고 느껴지지만 성당에서 바라본 조용하고 엄숙한 피렌체의 모습에 비한다면 광장에서의 풍경은 광장에 매워진 소음 만큼이나 질이 떨어진다. 다른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피렌체의 전부를 보았다고 말할 것인가 궁금하다.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피렌체를 떠나는 마음처럼.
 

'breakaway > 4days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니스-프랑스국경까지 가는 야간열차 연착.. 그후  (0) 2008.09.14
06-07 June 2008, Milano, Italy  (1) 2008.06.23
10-13 June 2008, Rome, Italy  (0) 2008.06.23
16-18 May 2008, Paris, France  (0) 2008.06.16
25-27 April 2008, Dublin  (0) 2008.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