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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away/4days +

06-07 June 2008, Milano, Italy

06-07 June 2008, Milano, Italy
1,2일차
Written & Photographed by Az

06th route: Milan Malpensa(MXP) > Stazione Centrale F.S. > Milano Dokdo Guesthouse
07th route: Castello Sforzesco> Chiesa Santa Maria della Frazie> Emanuele*> Panzerotti Luini**
                > Duomo> Piazza Duomo> Galleria V. Emanuele> Monte Napoleone***
                > C. P.ta Ticinese*> Guesthouse
(*거리/ **가게/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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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 도착하자 날씨가 잔뜩 흐리다. 늘상 어떤 도시를 가든 그랬든 구름과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나를 반긴다.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대로 4번과 5번 출입문 앞에서 밀라노 시내로 들어가기 위한 버스를 타기 위해 서성이자, 그쪽에 쉬고 계시던 버스 기사분이 이곳이 아니라 6번 출입문 쪽이라고 영어 단어로 띄엄띄엄 알려주신다. 7유로를 지불하고 뒤쪽에 얌전히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비가 세차게 내린다. 버스에 왠만큼 승객이 오르자 버스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기아와 현대의 광고가 유독 눈에 많이 띈다.

 19시를 넘어서 시내에 도착하지 배가 고프다. 맥도날드가 보이자 설마 영국 물가보다 저렴하겠지하는 생각으로 무작정 들어선다. 다행히 치즈버거가 겨우 1유로, 허기를 달래기에는 충분한 양이다. 민박집으로 전화를 넣고 홈페이지 안내대로 1번 트램을 타고 숙소까지 가려했지만 어쩐일인지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대절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트램 노선이 아닌 곳으로 이동한다. 아차 하는 마음에 버스에서 내리니 아무것도 없는 동네 골목이다. 살작 이탈리아 치안에 대한 생각으로 걱정이 엄습하긴 했지만 그래도 길은 찾아야 겠으니 동네 펍 앞에서 흡연을 하시는 분께 민박집 주소를 내밀어 어떻게 가는지 묻는다. 이탈리아 사람들 무뚝뚝하고 불친절 하다더니만 그러지 만은 않은 듯 싶다. 자신이 영어를 못하니 주인, 손님들 할 껏 없이 모두 불러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설명을 해주시는 과잉 친절을 베풀어 주신다. 이탈리아, 첫 느낌이 좋다.

 지하철로 이동하라고 권해주셨기 때문에 지하철 역으로 들어서자 표를 어디서 사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역무원이 다가와 기계 버튼을 손수 눌러주시며 티켓 발매를 도와주신다. 그리고 더불어 노선 안내까지. 고마움을 표시하고, 지하철을 타고 근처까지 오자 민박집 사장님께서 마중 나오셨다. 20분이면 올 거리를 3시간만에 도착했으니 죄송한 마음이 한웅큼이다. 수수했다. 동네도 집도. 그날 불운했던 건 지하철역에서 타고온 버스에서 내리자마다 웅덩이에 신발이 풍덩 빠진 일이다. 신발은 베란다로 쫒겨났다.


7일.

 민박집의 아침식사는 7시반에 시작했기 때문에 졸린눈을 부비며 화장실로 직행한다. 찬물을 부비니 나가있던 정신이 돌아온다. 오랜만에 보는 오징어무침과 연근은 한국을 더 그립게 만들었다. 사장님 요리 솜씨가 보통이 아니신지라 몇분 안되서 그릇을 비웠다.

 나갈 채비를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스니커즈가 젖은 관계로 다른 신발을 신어야 하는데, 두오모에서 복장 검사를 한다는 소문 때문에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flipflop은 안될 듯 싶어 등산화를 꺼내 신으니 스타일이 먼산을 바라본다. 셔츠와 면바지 그리고 등산화는 이 날 하루동안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었던지, 가끔이 민망하기도 했다. 결국 두오모에서 안 사실이지만 반바지에 쪼리 정도는 무난하게 넘어가는 차림이었다. 이 때문에 신발을 사고자하는 욕망을 다섯번은 극복해야만 했다. 다행히 다른 물가에 비하여 이탈리아의 신발 가격은 욕망을 이겨내는 조건 중 하나였다. 보통 한국에서 슬립온 가격이 3~5만원대라고 생각한다면 이탈리아에서는 8만원 이상이라고 생각하된 된다.

 시내로 나가기 전에 슈퍼마켓에서 스낵을 구입했다. 분명 5센트를 거슬러 받아야 하는데 카운터에서 어깨만 으쓱하고 만다. 고작 16원에 이미지를 말아먹는 그대들이 안타까웠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가다보니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건축에 참여 했다는 스포르제스코 성Castello Sforzesco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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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으로 들어서자 묘한 분위기에 휩사였다. 이제까지 보아왔던 성의 개념이 함몰된다. 네모와 평면의 구성이다. 독특한 공간 구성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육망성 모양의 성체. 그것이 스포르제스코 성이었다.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교회Chiesa Santa Maria della frazie로 이동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지만 예약에 실패했던 관계로 기대없이 교회나 둘러보자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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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운이 따랐던지 투어회사에서 취소 손님이 생겨 표를 구할 수 있었다. 15분 관람에 운좋게도 투어회사의 가이드까지 함께 해주었다. 그 시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았던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웅장하면서도 경외스러웠다. 주류였던 천사도 악마도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도 없이 오직 12명의 제자와 예수는 만찬 자리에 앉아 예수의 "너희 중에 한 명이 나를 팔 것이다"라는 말에 인간적으로 반응하는 제자들을 그렸다. 다빈치 코드로 더 유명해진 이 그림에서 유다, 베드로, 요한은 단연 가이드의 꽃이었다.

 두오모에 도착하자 세네갈인이라며 한 사람이 접근한다. 소원팔찌를 매 준다는 것이다. 무료라는 말에 혹해서 팔을 내미니 다 묶고 나서 5유로를 요구한다. 이건 아닌 듯 싶어 실랑이를 벌이다가 1유로만 내었다. 이탈리아는 이런 강매행위가 자주 있었다. 주로 흑인들을 위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행위들은 그냥 무시 해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른 관광객을 보니 팔찌를 맨 다음이라도 돈을 요구 할 때 무시하면 쫒아가서 잡지는 않는 듯 싶다.

 두오모를 둘러보기 전 그 유명하다던 Luini를 먹기 위해 Emanuele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Emanuele는 캐쥬얼 브랜드들이 모여 있었다. 그 중 명품 아울렛도 있으니 쇼핑하기에는 괜찮은 거리다. 거리 끝과 끝을 오가서야 결국 발견된 장소는 두오모를 등지고 오른쪽에 있는 골목이었다. 각국의 사람들이 줄을 만든 것을 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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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오모를 들어서니 규모가 상당하다. 화려한 장식들 보다 거대한 면적에 압도 당한다. 인터넷에서는 한때 과도한 노출 의상이나 반바지, 쪼리flipflop은 규제 사항이라고 하였으나 현재는 가능하나 그래도 성당 같은 엄숙한 분위기를 요구하는 곳에서 의상을 갖추는 것은 예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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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토리오 에마누엘레2세 회랑Galleria V. Emanuele과 명품거리Monte Napoleone를 돌고나서도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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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관광지만 여유스럽게 돌아다닌다면 반나절이면 충분할 뻔 했다. 낮이 길어지자 시간을 주체 못 할 수준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되자 또 일을 벌리고 만다.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두오모 방향으로 돌아오기 전 블럭으로 들어간다. 슈퍼마켓에서 음료와 스낵을 들고 계속 걸어가니 검은색 위주로 차려입고 진하게 화장을 한 좀 노는 청소년들이 점차 늘어난다. C. P.ta Ticinese(porta ticinese) 거리로 들어서자 비행자들이 거리를 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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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가게들의 질이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데 자극적이고 화려한 품목들이 이들을 유혹한다. 명품거리의 반대편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밀라노에는 명품족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삶을 영위하는 부류들도 존재하는 것이다.

 밀라노는 남녀가 평등했으며, 가족이 함께하는 것을 행복으로 생각하고, 무심한 듯해도 자신의 의무는 충실히 행하고 있었다. 보이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채우는 것이 먼저라고 나에게 말을 건다. 보이는 것에 맞추다보면 그럴 듯 해 보이지만 깊지 않다. 깊지 않다면 고여 썩게된다. 깊은 물은 시작이 될 수 있고 끝이 될 수도 있으며 흐름 자체가 될 수도 있다. 스스로를 채운다는 것은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나는 이탈리아의 나를 거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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