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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20010708 일지 2001.07.08 역시 더럽게 맑음. 초남마을~고전면 고하리 약 39km -교회 (경상남도 하동군) 어느 교회에서 묵고 있는 이 밤. 흙에게 관대한 팀원들은 8시 예배를 허락하고 같이 주일 예배를 드린 뒤 목사님의 친절한 배려로 옆 강당 한켠 방에서 자게 되었다. 오늘 기억은 이장님 딸의 자는 모습을 뒤로하고 아무 생각없이 걷기만 한 것이다. 바다를 보기 위해 흙의 농간에 빠져 지방도를 탔지만 달리는 공사 차량으로 인해 모래만 맞고 국도 타는 것 보다 배로 돌뻔 했다. 가도가도 이글거리는 넓은 길에 주위는 모두 깎아 내려서 그늘도 없었다. 그리고 길었다. 이장님 딸만 아니었어도.. 광양 제철소를 통과 했는데 햇빛이 장난이 아닌지라 온몸이 시커멓게 타버렸다. 이러다가 집에 돌아 갈 때쯤엔 황인종이 아닌 .. 더보기
20010709 일지 2001.07.09 또 더럽게 맑음. 고하리~축동면 하탑마을 약 30km 준, 흙, 현, 용 -마을회관 (경상남도 사천시) 잠자리를 찾아 파출소에 가보니까 잠자리를 잡아 주셨다. 마을 회관이었다. 이장님을 찾아 주유소를 찾아가니 이장님 부인께서 라면 가게에 데려다 주셔서 그곳에서 라면을 먹고서는 회관으로 돌아왔다.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고 씻는 곳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회관 안에 수도가 있어서 손을 씻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내일은 목욕탕이나 사우나, 찜질방을 가자고 난리다. 나도 가고 싶지만 야간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조금은 걱정이 된다. 파출소 앞에서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여기서 잘 것인가 아니면 밤새 걸은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흙과 현은 위험하다면서 이 곳에서 자자고 한다. 난 밤새 걸어 .. 더보기
20010710 일지 2001.07.10 구름 낌. 하탑 마을~고성읍 월평리 약 34km 준, 흙, 현, 용 -마을회관 (경상남도 고성군) 날씨는 좋았다. 아침에 마을회관은 언제나 그랬듯 외부에 화장실을 갖추고 있었으므로 찾아보니 결코 사람이 용변을 볼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없는지라(그럼에도 불구하고 흙이라는 인간은 그것을 해냈다) 거기다 어제 씻지 않고 자는 수모까지 이장님이 운영하시는 주유소에서 깨끗이 해결하고 사우나(or 찜질방)을 무지하고 싶었으나 고성까지 오는 길에는 발견할 수가 없었다. 도시가 아닌 곳에서 무엇을 기대하랴. 새벽에 일어났기 때문에 하루종일 걷다가 휴게소의 산채비빔밥과 된장 찌개를 먹고 쉬는 김에 푹 퍼질러 오래 있었더니 결국은 쫏겨났다. 흙이 도수 20짜리 썬크림은 자외선을 '절대' 막지 못하였기에.. 더보기
20010711 일지 2001.07.11 무진장 비옴 월평리~장승포동 약 43km 준, 흙, 현, 용 -xx 사우나 (경상남도 거제시) 아무생각 없이 걷고 또 걸었다. 폭우는 쉽게 그치지 않았다. 마구 내리는 비는 판초 우의를 별 쓸모 없이 만들어 버렸고 하의를 사고 말리라 결심하게 만들었다. 처음 거리 계산을 잘 못하는 바람에 걷고 또 걷기만 했다. 이제까지 걸은 것 중 최악의 조건이었다. 돈도 덜어지는 바람에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거제대교는 대형 트럭이 지날 때 마다 휘청 거리고 비는 위에서 퍼부었고 말이 아니었다. 중간에 비가 내리자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잠시 쉬자고 했으나 선두에 선 흙이 무작정 앞으로 나가다가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에 낭패를 당하고 말았다. 내 이럴줄 알았지. 하는 수 없이 사당처럼 보이.. 더보기
20010712 일지 2001.07.12 구름 . 준, 흙, 현 -여관 (부산광역시)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서 씻고 사우나에서 나왔다. 발이 견딜수 있는 가장 뜨거운 곳과 차가운 곳을 번갈아가면서 발의 피로를 풀어주는 족욕이라는 것이있는데 어젠 하루 종일 그 족욕이란 것을 했다. 한참 후에 물집을 터뜨리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발이 풀리고 물집도 깨끗해 졌다. 처음부터 할걸 후회된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배타고 부산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사실은 내가 정말 타보고 싶었기 때문에 조금 우겼다. 난생 처음 와보는 부산에 도착. 생각 보다 아기자기한 도시였다. 현이 말대로라면 모든 것을 서울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서울 가서 부산 얘기하면 부산이 모두 어촌인 줄 안다고 한다. 그러지 말자. 나도 처음 좀 그렇게 생각하긴 했다.. 더보기
20010713 일지 2001.07.13 한 두 방울 비 부산(기장)~남창면 약 20km 준, 흙, 현 -남창교회 (울산광역시) 용은 낮에 유리누나가 중간 투입될 때 돌아온다며 작별을 고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우린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고 우선 현의 친구를 만나 충전기를 빌리고 해운대에 갔다. 부산에 온 이상 해운대 구경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이었다. 날씨가 쌀쌀하고 비도 한두 방울 오는 지라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해변에 나와 있지 않았지만 객기를 부려가며 수영하는 남자도 있었다. 그 사람만 빼면 정말 분위기 있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리 좋은 장소는 아니었던 것 같다. 현은 SPUTNIK 글씨를 쓰다가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피하다가 엎어지고 그로인해 그토록 나의 눈을 거슬리게 했던 녹취.. 더보기
20010714 일지 2001.07.14 남창면~북구 이화마을 약 29km 준, 흙, 현 -이화교회 (울산광역시) 커뮤니티 정팅을 하기 위해 이화마을까지 엄청 큰 물집을 왼발 뒷꿈치에 얹고 왔다. 온몸에 힘이 빠지는게 물집에 바늘을 꽂은 탓인가.. 아침은 깐깐한 전도사님이 아닌 융통성이 계시는 목사님으로 인해 밥을 맛있게 (흙이 망치긴 했지만) 해 먹고 이로써 13일의 금요일은 무사히 넘겼다. 울산을 향해 걸어가는 데 흙과 아버지 간의 약속이 깨져버렸다. 허나 어찌하여쓰겠는가 내가 원했던 부산 관광은 이미 물 건너 간지 오래였고 우리의 발은 이미 울산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러나 우린 울산 시가지도 보지 못한채 나의 실수로 인해 (언제나 지도는 내가 관리한다. 고로 내가 길을 지정한다. 허걱.. 믿을 놈을 믿으라지.) 도시 .. 더보기
20010715 일지 001.07.15 맑았다가 늦게 비 이화마을~배반중마을 약 18km 준, 흙, 현 -경로당 (경상북도 경주시) 목사님 부인의 농간으로 10시 이후까지 편하게 자고 일어나야 하는 것을 7시에 일어나서 헤롱거렸다. 4시까지 PC방에서 정기채팅 등 인터넷을 하느라 고로 3시간 뿐이 못잔 것이다. 흙이는 결국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다. 우리가 자러 갔을 때 현은 기차소리에도 잘만 자고 있었고 우리도 만만치 않게 잘 잔 듯 싶다. 아마 피곤한 탓이었겠지. 마을 앞에서 빵으로 대충 아침을 때우고 졸린 눈으로 걷고 또 걸었다. 그때 안경을 벗자 시원한 느낌과 잠에서 깨서 걸을때마다 벗고 다녔다. 앞으로 계속 벗고 다녀야지. 불국사 근처에서 수학여행을 맨날 불국사에 왔다며 안가겠다고 징징대는 현을 끌고 가방.. 더보기
20010716 일지 2001.07.16 하늘이 구름 배반중마을~건천읍 약 20km 유리, 준, 혜진, 흙, 현, 용 -여관 (경상북도 경주시) 아침에 일어나서 경주로 출발하였다. 초췌한 신문왕 무덤과 산속에 있는 선덕여왕릉. 한세기를 풍미했던 인물들이었지만 그 무덤은 초라했다. 무덤하나 그리고 풀만이 무성했다. 안압지는 터만 있는 줄 알았으나 정말 매력적인 장소였다. 넓은 연못가는 환상이었다. 건물을 모두 복원하고 땅을 제대로 다졌다면 아.. 내가 옛날로 돌아가 그 실체를 보고 싶을 정도 였다. 월성은 입구에서 더 이상 들어가지 못했고 첨성대는 본래 담장 같은 것은 없었겠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조그마한 공간에 놓여 있기에는 너무 초라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길거리에서 보이는 언덕 같은 고분들이 더 거대하고 웅장하게 보였다. 마.. 더보기
20010717 일지 2001.07.17 서늘하게 맑음 건천읍~화산면 약 37km 유리, 준, 혜진, 흙, 현, 용 - 파출소 사옥 (경상북도 영천시) 아침에 남은 고기를 처리하고 언제나 멋지신 나의 솜씨로 한 밥을 먹고 8시 정도에 나와서 정신없이 길을 걷나보니 점심은 '조용한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먹었다. 남자분들은 모두가 다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여자분은 포커 페이스, 가끔 웃긴 하는데 좀 분위기가 묘했다. 아저씨, 아주머니도 친절하긴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언제나 그랬든 점심 후 낮잠을 즐기고 나는 뺑끼통이라는 좀 삐리리한 소설을 읽고 시간을 보내다가 모두 깨워서 다시 길을 갔다. 길에 널린 포도 밭. 그러나 손을 닿는 거리가 아니고 익지도 않은지라 지나가며 구경만 해댔다. 그림의 떡이라니.. 영천에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