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제목:: 여자 없는 남자들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번역:: 양윤옥
발간:: 2014
출판:: 문학동네

독서기간:: 1011/2014 ~ 1015/2014

15분 후 마지막장, 수요일 오전10시 30번 버스 안에서




20대를 지나 추억하는 사랑은 변질된 기억에 불과하며, 이기적인 소중함일 뿐이다.



<드라이브 마이카>

p.37
"싫더라도 원래로 되돌아와. 하지만 돌아왔을 때는 그전과 위치가 조금 달라져 있지. 그게 룰이야. 그전과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어."

p.51
"아무리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도,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타인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본다는 건 불가능한 얘깁니다. 그런 걸 바란다면 자기만 더 괴로워질 뿐이겠죠. 하지만 나 자신의 마음이라면,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분명하게 들여다보일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나 자신의 마음과 솔직하게 타협하는 것 아닐까요? 진정으로 타인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나 자신을 깊숙이 정면으로 응시하는 수밖에 없어요."

p.59
"그건 병 같은 거예요. 가후쿠 씨. 생각한다고 어떻게 되는 게 아니죠. 아버지가 우리를 버리고 간 것도, 엄마가 나를 죽어라 들볶았던 것도, 모두 병이 한 짓이예요. 머리로 아무리 생각해봤자 별거 안 나와요. 혼자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꿀꺽 삼키고 그냥 상아가는 수밖에요."
"그리고 우리는 모두 연기를 한다." 가후쿠가 말했다.
"그럴 거예요. 많든 적든."


<예스터데이>

p.101
"그게 대체 뭐가 잘못인데? 지금 당장은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러면 된 거 아니야? 어차피 우린 지금 당장 말고는 한 치 앞도 모르잖아. 간사이 사투리를 쓰고 싶으면 마음껏 써. 죽도록 쓰라고. 입시공부하지 싫으면 하지 마. 구리야 에리카의 팬티에 손을 넣고 싶지 않다면 안 넣으면 돼. 네 인생이야. 뭐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다른 누구한테도 신경쓸 거 없어."

p.109
"안타깝게도 나는 머리가 별로 좋지 않아. 그래서 그렇게 멀리 길을 돌아갈 필요가 있었어. 아직도 한참 그러고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누구나 끝없이 길을 돌아가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가만있었다.


<독립기관>

p.140
"하지만 나는 대체 무엇인가, 요즘들어 자꾸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것도 상당히 진지하게 말이죠. 내게서 성형외과 의사의 능력이나 경력을 걷어낸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쾌적한 생활환경을 잃는다면, 그리고 아무 설명도 없이 한낱 맨몸뚱이 인간으로 세상에 툭 내던져진다면, 그때 나는 대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기노>

p.256
"가미타 씨 말은, 내가 뭔가 옳지 않은 일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건가요? 이 가게에, 혹은 나 자신에."

p.265
기노는 그 방문이 자신이 무엇보다 원해왔던 것이며, 동시에 무엇보다 두려워해왔던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다, 양의적이라는 건 결국 양극단 중간의 공동을 떠안는 일인 것이다. "상처받았지, 조금은?" 아내는 그에게 물었다. "나도 인간이니까 상처받을 일에는 상처받아." 기노는 대답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반은 거짓말이다. 나는 상처받아야 할 때 충분히 상처받지 않았다, 고 기노는 인정했다. 진짜 아픔을 느껴야 할 때 나는 결정적인 감각을 억눌러버렸다. 통절함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진실과 정면으로 맞서기를 회피하고, 그 결과 이렇게 알맹이 없이 텅 빈 마음을 떠안게 되었다. 뱀들은 그 장소를 손에 넣고 차갑게 박동하는 그들의 심장을 거기에 감춰두려 하고 있다.


<여자 없는 남자들>

p.320
하지만 그뒤 엠은 어느 틈에 자취를 감춰버린다. 어디로 간 것일까. 나는 엠을 놓치고 만다. 무언가에 잠깐 한눈을 판 사이 그녀는 어딘가로 떠나버린다.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는 이미 없다. 
...중략...
하지만 거꾸로 말한다면 엠은 그 이후 세상 곳곳에 존재한다. 세상 곳곳에서 목격된다. 그녀는 온갖 장소에 깃들어 있고, 온갖 시간에 깃들어 있고, 온갖 사람에 깃들어 있다.
...중략...
나는 온갖 장소에서, 온갖 사람에게서, 그녀의 조각을 조금이라도 손에 넣으려 한다. 그러나 물론 그것은 그저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제아무리 많이 모아들여도 조각은 조각이다.

p.330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하고, 그후 그녀가 어딘가로 사라지면 되는 것이다.

p.331
그 세계에서는 소리가 울리는 방식이 다르다. 갈증이 나는 방식이 다르다. 수염이 자라는 방식도 다르다. 스타벅스 점원의 응대도 다르다. 클리퍼드 브라운의 솔로 연주로 다른 것으로 들린다. 지하철 문이 닫히는 방식도 다르다. 오모테산도에서 아오야마 1가까지 걸어가는 거리 또한 상당히 달라진다. 설령 그후에 다른 새로운 여자와 맺어진다 해도, 그리고 그녀가 아무리 멋진 여자라고 해도(아니, 멋진 여자일수록 더욱더), 당신은 그 순간부터 이미 그녀들을 잃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선원들의 의미 심장한 그림자가, 그들이 입에 울리는 외국어의 울림(그리스어? 에스토니아어? 타갈로그어?)이 당신을 불안하게 만든다. 전세계 이국적인 항구의 이름들이 당신을 겁에 질리게 한다. 왜냐하면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는 게 어떠 일인지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당신은 연한 색 페르시아 카펫이고, 고독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 보르도 와인 얼룩이다. 그렇게 고독은 프랑스에서 실려오고, 상처의 통증은 중동에서 들어온다. 여자 없는 남자들에게 세계란 광대하고 통절한 혼합이며, 그건 그대로 고스란히 달의 뒷면이다."

p.332
그녀에게는 그녀의 사정이 있었고 내게는 내 사정이 있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그때 우리는 더이상 열네 살이 아니었다. 그런 여러 가지 사정이 결국 우리 사이를 서서히 망가뜨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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