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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thinking

音:: 나희경, 나를 머물게 하는




Artist::  나희경

Site:: 공식사이트트위터페이스북 

Album::  나를 머물게 하는

Agency&Records::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코라아; Site [http://www.sonymusic.co.kr/]





나희경이라는 음악가에 대해 문득 궁금했다. 가녀린 목소리가 올라탄 이국적인 리듬은 가슴을 적시는 어떤 것이 있다. 그녀의 음성이 마냥 편안하지는 않다. 청취했던 첫 느낌은 그녀는 분명 앨범보다 라이브에서 더 뛰어난 감성을 보여줄 것 같다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그녀의 숨소리와 입술이 살짝 내리깐, 그래서 그녀의 홍체가 보일락말락 할 것 같은, 과하지 않은 리듬을 온몸으로 표현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진다. 목소리만으로는 채울수 없는 갈증이 생긴다.

기존 가요를 리메이크한 이 음반만 듣기에는 그녀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그녀는 이름이 많다. 나희경이면서, 브라질에서는 Heena였고, 인디씬에서는 보싸다방이라는 이름으로 두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욕구는 Heena로 이어졌다. 오히려 그 앨범이 정규 1집이라고 보는게 나을 것이다. 소품격인 본 앨범 '나를 머물게 하는' 보다는 그녀가 고스란히 담긴 앨범이다. 지금 앨범은 뮤지션 나희경에게로 인도해 주는 가이드북 정도로 볼 수 있다.

Heena는 익숙한 언어로 이루어진 앨범은 아니다. 처음 들었을 때, 그것이 브라질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지금도 그것이 브라질어라고 확신을 갖지 못한다. 내겐 여전히 낯선 언어다.) 무지했던 난 참 못생긴 불어를 하는 구나라고 생각한다. 비음은 온데간데 없고 각이 살아있는 한국적으로 변질된 불어라는 생각이 하나의 선입견이 되어 무의식적인 장애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녀가 외국 어디에선가 성공했다는 글귀가 불편한 정도였다.

그래도, 주어진 책무로 인해 '나는 머물게 하는'이란 앨범을 반 의무감에서 듣다보니, 어, 내가 이사람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과연 그것이 바른 불어였던가, 내가 듣고 싶은 것을 잣대로 사용하다보니 놓치고 있는게 있진 않았나 라고. 그리고 그녀를 천천히 읽었다. 

처음 구입한 전자기기처럼, 호기심에 다가가도 그것으로 무엇을 할수 있는지에 대한 한계에 부딪히면 흥미가 떨어지고 먹먹해져버린다. 그래서 매뉴얼이 필요한 것이리라. 그 사람에 대해 아무리 호기심이 많아도 그가 자라온 환경을 알고 이해하려하지 않는다면, 관계의 지속은 그만큼 어려워 진다. 언제까지 표피를 맴도는 대화를 할 수 없고, 언제까지 이해하는 척 할 수 없다. 관계는 상대방에 대해 욕심이 동반되어야 정상이다. 물질적인 혹은 구체적인 보상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욕구이다. 이미 이어진 인연을 더 단단히 하고자 노력하지도 않고 단칼에 잘라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희경에게 부족했던 것은 내가 느꼈던 그런 것들이 아니었을까. 호기심을 갖고 다가온 청자들에게 그녀를 이해하기 위한 더 친절한 설명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녀에게 호감을 증폭 시킬 어떤 것. 가이드북이며 매뉴얼이 될 앨범으로서 '나를 머물게 하는'은 소통하기 위해 태어난 앨범일 것이리라 짐작해 본다. 사람들에게 스페인어에 원류를 두는 브라질어나, 삼바에 모던재즈가 결합된 보사노바는 주류 음악이 아니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화는 설명을 필요로 한다.



그녀의 목소리가 굉장히 특이하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이번 앨범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는 전부도 아니다. 이를테면 당신은 특별한 자리에 초대 받았고, 그녀로 부터 첫인상을 받는 중이다. 그녀가 외국에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고향에 대한 전부를 버린 것은 아니다. 그녀도 어쩌면 사람들이 자신으로부터 어설픈 선입견을 갖는 것에 대해 우려와 걱정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음악의 뿌리가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니라고. 외국의 그들이 갖고 있는 문화적인 감성이 내가 갖고 있는 한국적인 것과 맞닿아 있었고, 그 이끌림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그렇다고 한다면 우린 좀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어진다. 그리고 선입견 이전에 경청에 대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녀의 재즈는 브라질 향을 담고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본 보사노바는 삼바에 모던재즈가 결합되어 탄생한 음악이다. 보사노바는 포르투갈어로 "새로운 경향, 새로운 감각"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1950년대 부터 시작된 이 음악은 중상류층에게 각광 받던 음악이었다. 삼바의 강한 비트을 배제하고 전체적인 속도를 늘어지게 함으로써 브라질 음악 특유의 리듬감과 여유스러움을 담아 냈다. 보사노바는 멜로디 화음을 극적으로 나타내는데 재즈와 비슷한 음계를 사용하나 반음계를 많이 사용하여 부딪히는 선율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각주:1] 그녀는 정통 보사노바 음악을 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첫 정규 앰범이었던 Heena가 그러한 색채를 띄고 있다면, 본 앨범은 보사노바 향을 첨가한 우리에게 익숙한 다섯곡의 노래를 들려주며 완숙한 보사노바의 리듬감을 선사하고 있다. 

보사노바, 그것은 삼바와 함께 브라질을 대표하는 음악이다. 보사노바가 어떤 음악이며, 재즈 및 삼바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조금만 더 이해한다면, 그녀의 음악이 한층 풍요롭게 귀를 울릴 것이다.

보사노바에 대해, 그녀에 대해 논하기에는 많은 것이 부족한 앨범이리라 생각이 든다. 그녀의 목소리는 편안하고 쇼파에 앉아, 혹은 카페에 앉아 눈을 감고 그녀의 잔잔한 목소리를 감상한다면 특유의 여유스러움과 편안함이 뭍어날 것이라는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보사노바 특유의 첨향이나, 그녀 특유의 보컬이 살아나는 음반이 아니라는데에는 살짝 의견을 더하고자 한다. 오히려 작년에 발매된 정규 앨범인 Heena를 듣는 것이 그녀의 정체를 밝히는데 더 재미있는 탐험이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토로해본다.





**보너스는 정통 보사노바, 이에 비한다면 나희경의 목소리는 좀더 담백하다 할 수 있겠지..?

Astrud Gilberto and Stan Getz: THE GIRL FROM IPANEMA - 1964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1. 유니크한 영이씨, "보사노바. Bossa nova", http://hyhr0116.blog.me/120141909443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