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집 'Unplugged' 앨범으로 인기 감성 포크 듀오로 자리잡은 어쿠스틱 콜라보가 새로운 미니 앨범 Love Letter 를 선보인다. 2011년 한해 동안 발매하는 싱글마다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어쿠스틱 콜라보는 작년 말 발매한 1집 앨범의 타이틀인 "그대와 나, 설레임"이 모든 음악 사이트의 연말 인디챠트 1위를 무려 3개월 동안 차지하고 수록곡 모두 챠트 10위권에 랭크되면서 명실공히 2011년 가장 떠오르는 인디밴드로 자리잡았다.
또한 인기 음악 사이트인 싸이월드에서는 특정쟝르 챠트가 아닌 종합챠트에서 무려 3주간 1위를 차지하고 3개월간 10위권을 지키며 인디 음악팬이 아닌 일반 가요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으로 자리잡았다. Love Letter 로 명명된 이번 미니앨범은 팀명인 '어쿠스틱 콜라보'의 음악적 범위를 한층 확대했다. 14인조 오케스트라와 재즈 플룻티스트 박은송과의 협연은 감성으로 듣는 '어쿠스틱 콜라보'의 본연의 사운드에 '귀'로 듣는 재미까지 더해주고 있다. 총 다섯 트랙으로 이루어진 미니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발자국'은 어쿠스틱 콜라보 멤버인 김승재의 곡으로 왠지 행복함에 들뜬 연인의 설레임을 느낄 수 있으며 후반부의 스트링과 어우러진 플룻 연주는 그저 듣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완성도 있는 연주곡이다.
이번 미니 앨범의 타이틀 곡인 '바람이 부네요'는 어쿠스틱 콜라보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윈드밀의 작품으로 기분좋은 보사노바 리듬에 바람을 형상화한 플룻과 코러스 라인이 매력적인 곡이다. 세번째 트랙의 '고백'은 수줍게 사랑을 고백하는 소녀 감성의 곡으로 낭만적이고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한번만 들어도 자신도 모르게 계속 흥얼거리게 만드는 곡이다. 네번째 트랙인 '그대라서'는 김승재의 작품으로 멋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후반부 바이올린 연주가 가슴깊이 파고드는 재즈풍의 곡이다.
마지막 트랙을 장식하는 Waltz for U는 늦은밤 혼자 연인을 생각하는 고즈넉한 여백의 매력이 느껴지는 곡으로 어쿠스틱 콜라보의 매력 중 하나인 어쿠스틱 기타 독주곡이다. 지난 1집 앨범의 좋은 성과에 대해서 자신들의 음악을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행복하다는 여전히 순수하게 웃는 어쿠스틱 콜라보가 올한해 보여줄 음악들에 많은 기대가 모아진다.
날씨가 너무 변덕스러웠다. 비와 폭설, 더위가 공존하는 2012년 4월은, 90년 전에 쓰여진 T.S. Eliot의 시 '황무지'처럼 충분히 잔인했다. 어쩌면 겨우내 촉촉해졌던 마음한켠이 혹독한 날씨에 까슬하게 일어난 기분이다. 그토록 바랬던 봄은 쉽사리 오지 않았고, 걸음마다 한숨이 새어나오는 건 이 변덕스러움이 남일 같지 않아서 일것이다.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듯 온기를 찾는다. 그것은 사람 냄새가 풍기는, 품에 안고 잔뜩 움추려 있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다신하지 않으리라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헤픈 웃음을 날리며 술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다행히 참았던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빈말을 토했다. 이제 다시보지 못할 선거철의 후보자들처럼 스스로의 무가치함과 치부를 드러냈다. 비겁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짓말쟁이가 되어가는 자위였다.
스치듯 지나간 L에게 아이슬란드 얘기를 들었을 때는 Olafur Arnalds의 음악을 갈망하고 있을 때였다. 그의 스잔하고 비릿한 음악이 귓가를 맴돌고 있는데 앨범은 P를 따라 부재중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귀에 꽂힌 이어폰에는 37.5도의 음악들이 가득 채워져, 봄이 기약없이 닥칠 것이라는 자기기만을 증명하고 있었다. '너의 희망은 망상과 다름없다'는 말을 들은 것도 이 시간의 한켠이었다. 나는 도시의 섬이되어 몸서리치는 외로움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내 옆에는 Björk과 Sigur Rós, Ólafur Arnalds, Lára Rúnarsdóttir 가 함께있다.
책상위에 어쿠스틱 콜라보의 앨범이 오랫동안 놓여있었다. 우울함이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없어서, 그 사랑스러움에 손을 뻗지 못했다. 기타를 치는 남자와 두손을 맞댄채 그를 바라보는 여자의 모습이 그려진 하얀색 표지는 스잔한 바람이 부는 아침의 햇살을 담고 있다. 계절을 시작하는 봄처럼, 하루를 시작하는 햇살처럼, 사랑을 시작하는 두손처럼 여물지 않은 온기를 품는 음악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리뷰마감일만 아니라면 박제처럼 책상에 못박혀 있었을 터였다. 그래도 새로움은 늘 억지를 부리기 마련이다.
트랙이 끝난 후, '러브레터'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첫느낌은 이런 것이었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연기했던 상우.
미안해. 나 좀 우울하거든.. 감상에는 청자의 감정도 중요해.. 사랑노래 따위.. ㄷㄷ
사랑이 이만큼 다가왔다고 느끼는 순간 (봄날은 간다)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 분)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백성희 분)와 젊은 시절 상처한 한 아버지(박인환 분), 고모(신신애 분)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겨울 그는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이영애 분)를 만난다.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틀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은수는 상우와 녹음 여행을 떠난다.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어느 날, 은수의 아파트에서 밤을 보낸다.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 두 사람... 상우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빨려든다.
그러나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의 관계는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면서 삐걱거린다. 이혼 경험이 있는 은수는 상우에게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부담스러운 표정을 내비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는 상우에게 은수는 그저 "헤어져" 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영원히 변할 것 같지 않던 사랑이 변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우는 어찌 할 바를 모른다. 은수를 잊지 못하는 상우는 미련과 집착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서울과 강릉을 오간다.
본인이 조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음반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보사노바와 재즈, 어쿠스틱의 향기가 진하게 베어있고, 기타, 플룻과 마라카스, 봉고와 같은 악기의 소리가 공간에 피어난다. 터지지 않은 봉우리가 잔뜩 힘을 모으고 있는 느낌이다. 김승재씨의 전체적인 조율 솜씨와, 무심한듯 마음 실은 안다은씨의 목소리가 큐피트의 화살이 되어 날아온다.
"[1]두근두근해.[2]내 맘 잘 모르겠지만 자꾸 니가 들어와. 처음이야. 누군가를 이렇게 소중하다고 느끼는 기분. [3]너의 온기가 내게 고스란이 전해져.[4]네게 익숙해져가나봐. 같이 있으면 니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것 같아. [5]고마워. 사랑해. 영원히."
작곡: 김승재
편곡: 김승재
현편곡: 송지혜
<연주곡>
작곡: 윈드밀
작사: 윈드밀, 안다은
편곡: 윈드밀
바람이 불어오네요 왠지 내맘이 떨려오네요 두근두근하는 내맘 왠지 싫지 않네요 이제 사랑이 오려나봐요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사랑이 준비된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곡이다. 나 같이 우울의 늪에 빠져 있거나, 연애에는 사리사욕만 즐비한다고 믿는 비관론자들 말고 순수하게 사랑이 준비된 사람들을 위한 곡이다. 재지않고 계산하지 않는, 오밤중에도 열정만으로 달려갈 수 있는 상우('봄날은 간다'의 유지태 분)같은 이들.. 포텐 터지면 다 죽는거야..;;
꼭 끝을 바라보며 달릴 필요는 없다고. 사랑도 인생도.. 근시안이라며 아둔하다고 놀림받지만, 스스로에게는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난 내 마음에 충실했노라 당당히 말할 수 있으니까. '어쿠스틱 콜라보'는 사랑이라는 소재로 삶에 대한 힌트를 건내준다. 알고 있지만, 살기위해 잊은척 해야만 하는 그것들에 대하여.
어쿠스틱 콜라보의 음반은 봉우리가 만개하기 직전에서 끝난다. 항상 춤추며 노래하고 싶듯, 뒤돌아보면 항상 그/그녀가 있을 듯한 느낌, 이런 설레임들을 잔뜩 안겨주고 공백으로 옮겨 간다, 마치 이어 쓰라고 내놓은 숙제처럼. 꽤 아득해 보여도, 어떻게하든 될 것 같은 자신감도 어느새 차오른다. 농담반진담반 비꼬듯 음반을 소개했음에도, 실상 이 영적 충만한 음반은 내 마음에도 희망의 싹을 띄웠다. 아이슬란드여 미안하지만 안녕.
"Carpe Diem. 지금을 좀더 지금답게 사는 것도 괜찮을 거야..."
어쿠스틱 콜라보의 음악이 당신의 까실한 삶에 위안이 될 것이다. 사실 영화 엔딩에서 상우는 행복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