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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away/4days +

28-29 March 2008, 헝가리의 수도, 부다패스트. -7,8일차

28-29 March 2008, 헝가리의 수도, 부다패스트.
마지막날 7-8일차

Written & Photographed by Az

28th route: Keleti pu.(Budapest Ost Railway Station)> Vali Guesthouse
                   > Halászbástya(Fisherman's Bastion)> Budai Vár(Buda Castle)
                   > Magyar Nemzeti Galéria(Hungarian National Gallery)> Gellért-hegy(Gellert hill)
                   > Citadella(Citadel)> Szent Gellért szobor(Statue of St. Gellert)> Váci
                   > Széchenyi lánchíd(Chain Bridge)> Vali Guesthouse
29th route: Vali Guesthouse> Bolhapiac(Flea Market)
                   > Hősök tere(Heroes' Square)
                   > Szent István Bazilika(St. Stephen's Basilica)> Országház(Parliament)
                   > Vali Guesthouse> Ferihegyi Repülőtér(Ferihegy Airport) T1> Manchester


 8시 25분 차를 타러 역(WestBahnhof)으로 향한다. 기차역에서 물(ohne) 1.5L PT를 구입하니 지하철역의 두배인 1.45€를 받아챙긴다. 이런 줄 알았더라면 지난 밤 사놓을 것을 그랬다. Anker에서 샌드위치를 구입하고 남은 동전으로 자판기에서 초콜릿을 산다. 부다패스트행 열차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지난밤 10시에 스위스에서 출발해 부다패스트에 오늘 11시반 쯤 도착하는 기차다. 얼마나 가쁘게 달려왔는지 숨 몰아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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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길를 달리기 한 시간 남진, 바깥 시계가 변하기 시작한다. 컬러보다는 흑백 사진이 잘어울리는 풍경이라며 감탄하고 있을 즘 가슴한켠이 묘하게 일그러진다. 시간의 톱니가 무언가에 막혀 딸깍딸깍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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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낙서들. 헝가리에는 참 낙서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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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하게 휑한 부다페스트 서역(Keleti pu.)과 마주친다. 호스텔로 자리를 옮기 위해 바쁘게 걸음을 옮기자 할머니 한분이 다가오시며 반갑게 인사한다. 어떨결에 답례를 하자, 손에 들고 계시던 폴더를 뒤적이시더니 쪽지 한장을 건네신다. 부다페스트 현지인 민박이신 헬레나 아주머니시란다.

*혹시나 현지인 민박이 필요하신 분을 위해 연락처를 적습니다. 저는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주소: 1072 Hungary Budapest Nyar ut 7
          3 emelet door I
  위치: Keleti역 도보 10분, Blaha역 근처
  전화: 06-30-675-89-66
  예약: stingguesthouse@freemail.hu
  가격: 1 night 9€, 아마도 도미토리(?)
  기타: 점심 무료제공, 주방 무료 사용(Coffee&Tea 무료제공)

 호스텔을 예약했다고 하니 다음에 오면 숙박하라고 하신다. 그리고 다른 여행객을 찾아 두리번 거리시니 부담없이 다시 발걸음을 옮기니 몇십미터도 못가 노란색 파카를 입으신 아주머니 한분이 다가오신다. 자신을 노랑 아줌마라고 소개하시니, 머리속에 부다패스트 숙소를 검색하다가 많은 분들이 추천한 그 집이라는 기억이 떠오른다. 호스텔은 벌써 3박이나 했으니 현지인 민박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노랑 아주머니를 따라가기로 결정하고, 본래 숙박예정이었던 호스텔에 취소 전화를 넣었다.
 한 통화에 50Ft(300원)이니 공중전화가 싼가격은 아닌 듯 했다. 시내 통화가 한국과 비슷하게 7자리인데, 몇번 지역번호를 누르는 바람에 100Ft를 날렸으나, 노랑 아줌마에게 취소 전화비용은 서비스였던지, 동전을 몇번이고 제공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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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다패스트의 교통비용은 여행객의 유입으로 영악하게 증가 중인 것으로 보인다. 몇개월 사이에 몇십Ft 씩 상승 중인지라, 여행책자의 가격표는 옛날일이다. 가장편한 것은 oneday ticket으로 버스, 트램, 지하철 할 것 없이 자정까지 무한 탑승이 가능하다. 다른 티켓들은 제한되는 사항들도 있고, 트램이나 버스 이용시 이숙하지 않은 장소인지라 잘못 하차하는 경우도 많으니 마음 편하게 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Ticket이 제일 좋다. 게다가 사람들에게서 웃는 얼굴 보기가 힘드니 헝가리인들과 부대끼기는 것이 꺼림직하다. 비엔나에서 느꼈던 친철과 비교한다면 천양지차라고 해야할까.
 매표소에서 Transfer Ticket을 사기위해 시도 한적이 있는데, 말을 들으려는 시도 조차 안하고 모르쇄로 일관하다니, 자기 편한대로 표를 준다. 그래서 티켓을 바꿔달라고 하니, 절대 불가하단다. 다음날 공항 가는 길에 같은 일이 있었는데 친절하게 바꿔주는 것으로 봐서는, Stadionok역 매표원의 싸가지의 문제였던 것.

  (5th.Apr.2008 현재: 1,000원 = HUF 166.884)
  Single Ticket for 1 trip: HUF 270 (1,618원)
  Single Ricket bought on the spot for 1 trip: HUF 350 (2,098원)
  Transfer Ticket for 1 trip with 1 change: HUF 420 (2,517원)
  Metro Section ticket for 3stops: HUF 220 (1,319원)
  Discount Coupon book (10 pcs) for 10 trips: HUF 2350 (14,082원)
  One-day travel card for 1 day: HUF 1550 (9,288원)
  Tree-day travel card for 3 days: HUF 3400 (20,374원)
  Seven-day travel card for 7 days: HUF 4000 (23,969원)
  Family travel card for 2 days: HUF 2000 (11,985원)

  BKV all-line passes for 2 weeks: HUF 5300 (31,759원)
  BKV all-line passes for 1 month: HUF 8250/ HUF 3250 (49,436원/ 19,475원)
  Budapest unified passes(BEB-passes) for 2 weeks: HUF 5700 (34,156원)
  Budapest unified passes(BEB-passes) for 1 month: HUF 9050/ HUF 3550 (54,230원/ 21,273원)

  Passesngers travelling without a ticket or pass are liable to be fined
  HUF 6000 paid on the spot (35,954원)
  HUF 12000 paid afterwards within 30 days on cheque (71,907원)
  HUF 24000 with late payment charge beyond 30 days (143,813원)

 무임승차의 대가는 one-day ticket의 3.5배 정도의 지불이니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부다패스트의 Metro의 경우 대부분 낮에서 저녁 정도에만 입구에서 검표를 하니, 그 시간을 피해서 새벽이나 야간에 이용한다면 안전하게 무임탑승이 가능하다.

 노랑 아주머니 댁은 Stadiomok Metro역으로 Keleti pu.역과는 한 정거장 떨어져 있었다. 집 안에 들어서자 왼쪽 벽면에 가득히 메워진 메모와 편지들이 있었고 그것들이 대부분은 한글로 쓰여져 있었다. 애완견과 아들이 있었는데 대낮에 부시시한 그들은 천연 백수로 보인다. 애완견이 마음껏 방안을 휘졌고 다녔는지 시기가 털갈이 시기인 건지 온 집안에 개털이 날린다. 침대와 바닥 할 것 없이 검은 털들이 눈에 거슬린다. 갑자기 후회가 밀려 온다. 내 머리 속엔 두가지 단어가 비명지르고 있었다.
 "더럽고 불결한 환경이다!!"
 그래도 사람들의 추천이 있었으니 좋은 점이 있을 거라는 믿음에 버티기로 한다. 메모와 편지로 가득한 벽을 찬찬히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정보가 있었다. 이 집 아들이 짐을 뒤지니 소지품에 주의 하라는 문구다. 아- 감탄사만 입안에서 터져나온다. 가지가지한다.
 노랑아줌마의 친절 때문에 끌려 왔것만 아주머니는 내일 근교 온천에 가신단다. 백수청년만 집에 있다는 말인데, 불안감이 몰려온다. 설마 손님 가방에 칼질은 않하겠지란 생각으로 지퍼에 자물쇠를 확인하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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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첫번째 코스인 어부의 요새 Halaszbastya(Fisherman's Bastion)와 부다성 Budai Var(Buda Castle)을 방문하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좀더 많은 장소를 둘러보기 위해 시간을 아끼기로 하고 역앞의 빵 트럭에서 빵을 세개정도 구입했다. 티켓을 검표원에서 보여주고 지하철을 타러 내려 간다. one-day 이상 ticket의 장점은 개표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single ticket의 경우 개표기에 개표를 해야 하는데 Metro 이용시에는 전자개표기지만, 트램은 수동개표기라 티켓을 넣고 손으로 잡아당겨야 한다.
 Betthyany ter.에서 내리자 어부의 요새가 눈에 들어 온다. 언덕을 찾기 위해 길을 가자, 부유해 보이는 동네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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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부의 요새는 19세기 시민군이 왕궁을 지키고 있을 때 도나우 강의 어부들이 강을 건너 기습하는 적을 막기 위해 이 요새를 방어한데서 유래한 이름이라한다. 채색하기 전에 만들어진 목조성 같은 느낌이다. 아담하고 은은하게 자신의 존재를 말한다. 요새 였기에 오히려 화려 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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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차시 교회 Matyas templom(Matthias Church)는 한참 공사중이다. 이제까지 방문했던 동유럽의 대부분 관광지가 그러하듯 여름 성수기를 위해 한참 보수중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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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다페스트는 '부다 Buda'라는 왕국지역과 '페스트 Pest'라는 상업지구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수도이다. 도나우강 가운데 섬을 바라보며 왼쪽이 부다, 오른쪽이 페스트라고 생각하면 기억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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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은 높은 지역에 있어 부다페스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내일 방문하게 될 세치니 다리 Szechenyi lanchid와 성이슈트반 성당 Szent Istvan Bzilika이 보인다. 지도를 펴고 위치를 다시한번 머리 속에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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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다성 Buda Castle에서 입구를 찾지 못한 채 후면으로 걸어가게 되었다. 맨 마지막 건물은 역사 박물관 Torteneti Muzeum과 국립 미술관 Nemzeti Galeria으로 이루어 있다. 그래도 왔으니 미술관 정도는 방문해야지. 유명한 작품은 없더라도 헝가리를 느끼기엔 충분한 장소이다. 아쉽다면 비엔나에서 본 작품들의 모작이 몇몇 눈에 띈다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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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선을 따라 겔라르트 언덕을 올라갔다. 남산 N타워를 찾아가는 남산로와 비슷하다. 동네도 비슷해 보인다. 치타델라 Citadella(Citadel)와 겔러르트 동상 Szent Gellert szobor(Statue of St. Gellert)을 찾아간다. 치타델라에 도착해 시간을 확인하자 30분 뒤가 마감시간인지라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발길을 돌려 겔라르트 동상을 찾아가는데, 길을 잘못들었는지 숲이 아니라 주택가만 이어진다. 겔러르트 동상을 포기하니 그제사 동상이 보이니 공즉시색 색즉시공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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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랑 아주머니가 소개시켜준 파탈 Fatal 이라는 가게를 찾아 바치 Vaci 거리로 들어 선다. 서울의 명동격이라고 하던데 밤이 되어서 그런지 일부 기념품 가게를 제외하고는 불이 꺼져 있다. 저녁 7시가 되기 전에 문을 닫아 버리니 이미 을씨년스러운 광경이다. 파탈 식당을 찾자 벌써 8시다.
 종업원에서 헝가리 음식을 추천해 달라하니 재빠르게 십여가지 이상을 메뉴판에서 찍고 헝가리 음식점이니 전부 헝가리 음식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퉁명하게 내던지고 사라진다. 귀찮으니 아무거나 먹으란 말인가. 어부의 도시락(?) Bajor Disznototos이라는 식사를 시키니, 소세지와 블랙푸딩, 돼지고기로 보이는 무언가, 감자, 붉은 양배추 절임이 나온다. 간은 적당하나 맛은 그다지 입맛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맥주도 맛있고 해서 기분이 업되는 상태였으나, 계산시 팁을 강탈하니 역시 서비스 정신의 부재는 부다페스트 전체의 문제 같다. 잔돈을 돌려줄 때 꼭 종업원 앞에서 받은 금액을 확인해야 함을 깨닫는다. 이러한 부수입 때문에 카드를 받지 않는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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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아무리 기분이 나쁘더라도 부다패스트의 야경 앞에서는 할말이 없다. 아름답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말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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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치니 다리는 고요했다. 여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찬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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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가기 위해 세치니 밑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낙서 천국이다. 극 상반된 분위기의 부다페스트. 겉와 속이 달라보이는 이곳은 돈을 벌기 위해서 관광객을 탈탈 털면서도 자국민에게는 상당히 느슨하게 풀어져 있다. 세치니 다리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와서 락카질 하는 소녀들을 보면서, 부다페스트 이곳저곳에서 보여지던 빈부의 격차만큼이나 어떤 것에 대한 격차가 보여진다. 이것은 물질보다는 정신적인 것으로, 근본적으로 수습하지 못한채 부어대고 있는 밑빠진 독 같은 것이다. 누군가는 아직도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 부다페스트로 오는 기차 안에서 차창 바깥으로 지나가던 그 회색 빛깔의 나라는 아직도 자기 색깔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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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시가 되어서야 민박집으로 도착했다. 개털을 탈탈털자 그나마 침대가 나아보인다. 씻기가 귀찮다. 더러운 곳에서 다시 더렵혀 질것 같아 그냥 누워버린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세치니 온천 Szechenyi Spa을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깜빡 순시간에 잠이 든다.
 
 5시 알람 소리에 눈을 뜨자 밖은 아직 어둡다. 만사 귀찮다. 온천도 온천이지만 몸은 지금 당장 더 쉬자고 아우성이다. 부다페스트는 야경과 온천이라고 했으나 이중 한가지는 했으니 온천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눈을 감는다.

 어쨌든 영웅광장 Hosok tere(Heroes' Square)을 가야하니 느지막히 일어난다. 9시가 되어서야 눈을 뜬다. 창문을 사이로 태양이 비치니 방안 온도가 올라가 있고 먼지라 두둥실 공중을 부유한다. 답답함이 얼굴과 가슴을 두드린다. 급하게 씻고 급하게 나온다.
 간만에 트램과 사투를 벌였다. 영어도 나오지 않는 트램 때문에 한번에 갈 수 있는 거리를 세번이나 트램을 갈아타고서야 도착했다. 영웅광장을 가는 길에는 공원이 있다. 테마파크고 있어서 인지 가족들 단위가 여행객보다는 압도적으로 많다. 공원을 가로지르다 보니 벼룩시장 Bolhapiac(Flea Market)이 있다.
 입장료가 120ft (약 720원)이니 저렴하게 시장 안으로 발을 들인다. 벼룩시장 답게 별의별 물건이 존재한다. 골동품부터 스낵류, 공씨디까지 있으니 만물시장 같다. 모르스부호를 보낼 수 있는 전신기가 눈에 띄어 구입하려했으나 10000ft (약 6만원)이나 달라고 하니 포기해 버렸다. 뒤돌아서 생각해보니 반값으로 깍고 흥정이나 해볼걸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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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광장으로 가는 길목에 또다른 볼거리를 바이다후냐드 성 Vajdahunyad vara (Vajdahunyad castle) 이다. 헝가리 건국 천년을 기념하며 건축된 성으로 헝가리 각 지역의 특징적인 건물들을 표현하고 있다. 현재 농업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겉에서 보기에도 충분히 동화 같이 아기자기한 곳이다. 결혼식 기념 사진도 이곳에서 찍는 것을 보니 부다페스트 사람들도 좋아하는 장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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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그 유명한 영웅광장이다. 다시보니 그냥 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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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이슈트반 대성당 Szent Istvan Bazilika(St. Stephen's Basilica)과 국회의사당 Orszaghaz(Parliament)으로 가는 길에는 Magyar Allami Operahaz(Opera House)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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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칭찬을 마지 않던 성이슈트반 대성당. 프라하와 비엔나를 돌아온 내겐 무언가 밋밋한 느낌이 나는 곳이다. 성이슈트반의 신성한 오른손은 헝가리의 부적과 같은 존재 치고는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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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도 점심도 거른 관계로 바치 Vaci 거리에서 열리는 풍물시장에서 먹을 것을 물색했다. 기름에 튀긴 밀가루 반죽에 소스를 발라 주는 랑고스빵 Langos을 발견했다. 그 위에 요거트를 바르고 치즈를 뿌리니 독특한 맛이다. 빵 자체로 짭자르니 간이 되어 있는 듯 싶었다. 앉아서 먹었으면 좋으련만 시간에 쫒겨 국회의사당으로 급하게 이동하며 먹다보니 요거트가 흐른다.
 낮 시간 인지라 많은 옷집들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곰곰히 따져보니 어제는 바치의 아랫 동네였었고 지금은 바치의 윗 동네다. 옷 집들이 몰려 있으니 명동처럼 보이긴 하나, 유동인구는 명동의 반도 못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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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마지막 코스인 국회의사당에 당도했다. 크고 빡빡해 보이는 구조를 가진 이 건물은 조금 차가워 보인다. 건물을 둘러싼 바리게이트와 군인들은 부다페스트의 분위기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가이드를 포함한 투어가 매 시간마다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내 나라의 국회의사당도 구경해 본적이 없으니 남의 나라 국회의사당 구경해 볼 생각도 없는지라 건물의 외관만 천천히 둘러 본다. 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조금은 이 분위기가 누그러 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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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시 반 비행기 인지라 되도록 세시간 전에 공항 도착을 목표로 가방을 챙기기 위해 민박집으로 갔더니 가방 위에 씌워져 있던 레인 커버가 뒤집혀져 있다. '아- 정말 이 집 자식이 가방을 뒤질려고 했구나.'라고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온다. 부다페스트와 전생에 무슨 원수를 졌는지 꼬장꼬장하게 작은 사건으로 계속 속을 뒤집어 놓는다. 가방에 아무런 상처가 없으니 그냥 똥 밟은 셈치고 공항으로 향한다.
 M3 마지막 역인 Kobanya-Kispest에서 하차했지만 어디서 버스를 타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물어보니 오른쪽 통로 마지막 출구로 나가란다. 바깥 공기를 마시지 숨통이 틔이는 것 같다. 조금 지나면 맨체스터다. 그렇게 싫어하던 영국인데, 헝가리에 있으니 그렇게 보고 싶은 보금자리다.
 공항버스인 줄 알았더니 일반 버스와 연계된지라 one-day ticket으로 탑승이 가능하다. 200번 버스는 공항으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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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에 도착하자 남은 돈이 걱정이다. 왠걸 온천을 가기 위해 뽑아 놓은 현금이 남아버린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사용도 불가능하거니와 환전도 안되는 포린트를 그대로 들고 갈 수 없어 환전수수료가 아깝지만 그대로 환전 한다. 마지막 잔돈 사용하기 위해 매점으로 가자 영수증을 뽑아 던지는 동작이 참으로 우아하다. 끝까지 사람 거슬리게 하는 나라, 헝가리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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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체스터에 도착하니 이 축축함이 반갑다. 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비와 살인적인 물가가 날 지속적으로 괴롭히긴 하지만 단 하나 사람들의 표정에서 읽혀지는 여유와 친절이 있으니 간만에 만난 친구처럼 참으로 설레인다. 앞으로 잘해보자 맨체스터여.

 이번 여행은 가슴 한켠을 바늘로 콕콕찍어대는 느낌과 함께하는 여행이었다. 어찌하여 다른 나라의 성과 박물관과 미술관들을 죽기전에 꼭 봐야할 무언가 처럼 대해야 하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이런 것들이 진짜 하고자 했던 여행이였는가 하는 반성이다. 물론 아직도 답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어떤 것에 얽매이는 것 자체가 할 수 있었던 다른 결정들을 무시한 채, 몸과 마음이 가는 방향을 미리 결정해 버린 듯 싶으니,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선택의 폭을 조금 더 넓히자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사실 근본적으로는 목적이 없었으니, 결론도 없었던 것이라는 것을 진작에 깨닫고 있었다. 요즘들 잊는 것이 너무 많아.


 여담으로 미스테리한 일이 발생했으니, 집에서 사진 정리하면서 찾은 건데.. 나 맨체스터 처음 도착했을 때 공항에서 찍힌 사진에, 이번 여행에서 돌아와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바로 옆에 타고 있던 남매가 있더라. 사진에서 날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