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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away/4days +

20010706 일지

2001.07.06

흐림. 가끔 이슬비.
대동리~별량면 약 26km
-마을회관 (전라남도 순천시)
 
 날짜감각, 요일감각이 모두 꽝이 되어벼렸다. 손목에 걸려 있는 시계만이 하루의 시간을 알려줄 뿐이다. 지금 우리에겐 날짜보다 '시'라는 단위가 더 소중하게 되어버렸다. 그것이 생활의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되어버린 탓이다.
  어제는 피곤한 관계로 빨리 잠이 들었다. 다시 어제 얘기를 꺼내자면 잠이라는 것도 무지 좁은 방에 주인집 아들내미 영현이까지 가세해 5명이서 미어터지고 더위에 죽을 뻔했다. 11시까지 자지도 못하다가 7시 반에서야 겨우 일어났다.
 모기에 많이 물렸는데, 그 얘기를 하자면 고무신을 신고 삽질하면서부터 그 공포는 시작되었는데 수로를 파는 데부터 수많은 모기에 시달리다가 (다리 모기자국의 50%가 놈들) 아저씨 집에 들어가가서 밥먹고 자려하는데 밥먹으러 가기 전에 불을 켜고 문을 열고 내려가는 바람에 다시 돌아왔을 때 방안에 벽지가 안보일 정도로 온 방안에 모기와 하루살이, 나방의 범벅이 되어 들어갔다가는 온몸에 피가 모두 빠져나가 죽을 것 같은 공포에 시달렸던거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었다. 아저씨께서 스프레이식 모기약을 뿌렸을 때 그 사체가 한봉지가 나온 것을 기억하면 무척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방이 쫍은데다가 그집 아들내미 영현(용현?)이가 같이 자고 그 쪼마난 곳에 모기장까지 치는 바람에 다리는 물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지만 1시간 동안 자지 못하고 뒤척였지만 그것이 무슨 대수랴.. 암! 편하게 잘 자야했다. 보지못한 사람이 그 상황을 어떻게 알리.. 아마 내가 본 모기 중에서 최고의 숫자이며 한 공간 면적당 모기가 들어갔을때의 최대 부피이며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나온 그 사체 수의 십여배의 처참한 몰골이었으며 한 사람의 피는 거뜬히 모두 빨아낼 모기 숫자인 것만은 확실했다. 본자 만이 안다. 우리나라 시골에 모기는 정말 많았다.
 아무튼 그것은 어제 이야기고 '한탕주의' 흙군과 '기회주의' 현군 중 이해불가의 사람을 꼽으라면 냉면에서 면만 남기고, 콩국수에서 국수만 남기고, 국밥에서는 건더기를 모두 남긴 기현군이었다. 미식가라 믿고 싶다...
  오늘은 어제 삽질로 인해 버려진 거리를 만회하기 위해 힘을 내 걸으려 했지만 새벽 4시에 출발한다고 하고서는 7시 15분이 되서야 겨우 집 밖을 나서게 되었다. 이어지는 국도에 국도만 가는 것이 지겨워 졌다. 단지 길과 차들, 그것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다. 그래서 노선을 변경했다. 모두 싸그리 변경했다. 이제부터 기대 되는군.
 별량에 도착해서 경찰서에 갔지만 우리 같은 여행자는 별로 맞아보지 못한 듯 조금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섭외는 불가능 해서 우리는 이장님을 찾아가기로 하였다. 찾아간 이장님은 너무나 터프하셔서 선뜻 마을 회관을 열어주셨다. 오늘 밤은 참 편히 지낼 것 같다. 반찬이 없다하니 집에와서 받아가랜다. 오호..
 X-file이 하는 날이다. 보고 잘 예정이다. 별량에서 가장 반가운 것은 초등학교 시절 즐겼던 각종 불량식품들이 있다는 것이지만 보지 못했다. 흑..
'불량식품'
 
+짐을 또 줄였다. 이번엔 부산 현네 집으로 보냈다. 옷가지는 이제 티 세벌, 바지 두벌, 팬티 세 개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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