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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away/4days +

20010710 일지

2001.07.10

구름 낌.
하탑 마을~고성읍 월평리 약 34km
준, 흙, 현, 용
-마을회관 (경상남도 고성군)
 
 날씨는 좋았다. 아침에 마을회관은 언제나 그랬듯 외부에 화장실을 갖추고 있었으므로 찾아보니 결코 사람이 용변을 볼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없는지라(그럼에도 불구하고 흙이라는 인간은 그것을 해냈다) 거기다 어제 씻지 않고 자는 수모까지 이장님이 운영하시는 주유소에서 깨끗이 해결하고 사우나(or 찜질방)을 무지하고 싶었으나 고성까지 오는 길에는 발견할 수가 없었다. 도시가 아닌 곳에서 무엇을 기대하랴.
 새벽에 일어났기 때문에 하루종일 걷다가 휴게소의 산채비빔밥과 된장 찌개를 먹고 쉬는 김에 푹 퍼질러 오래 있었더니 결국은 쫏겨났다. 흙이 도수 20짜리 썬크림은 자외선을 '절대' 막지 못하였기에 무지하게 살이 타고 말았다. 썬크림이 아니라 썬오일이었다. 세트로 주는 것에 혹해 샀다구 하더니.. 싼값을 하더군.
 점심을 먹고 길가에 있는 소나무 숲에 들어가 낮잠을 30분 정도 즐기고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아무도 없어서 누나에게 걸었다. 무지 반가워하더랬다. 아버지께도, 어머니께도 전화 드려야지. 역시 멀리 떨어진 듯한 느낌은 내가 원래 있었던 자리에 없어진걸 아는 사람들과 얘기할 때 절실히 느껴진다. 난 그곳에 없는 것이야.
 아무튼 고성에 들어와서 십수년만에 맥콜을 마셨더니 조금은 이상하더라. 약 11일 만에 보는 패스트 푸드점인 우리 나라에게 가장 많은 체인점을 가진 롯데리아를 보니 우린 감상에 빠졌다. 이런 처량한 신세가 되다니.. 간만에 롯데리아에 들어가서 햄버거를 먹는데 우리 테이블을 지나던 여학생들이 "땀내나.." 그러니까 부끄러웠다. 근대 지금 생각 하니까 왜 우리가 부끄러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당당하지 못한게 한심스러웠다.
 아무튼 그때는 도망치듯 나와서 통영쪽으로 내려가는데 날은 어두워지고 해서 마을로 들어갔더니 의외로 마을이 커서 이장님 댁을 찾느라 고생을 좀 했다. 댁에 계시지 않은 이장님을 뵙기위해 집 앞에서 30분이나 기다리고 뵈었더니 조금은 우리를 재우기 꺼려하셨다. 큰 마을이라서 그런지 xx회장들이 많아서 그분들에게 문의해야 한다는데 어디 가신지라 이장님은 다른 직책에 계시는 두 분과 얘기하시더니 다행스럽게도 비도 조금씩 떨어지는 날씨에  마을에 묵을 수 있었다. 처음엔 텐트에 재우시려다가 비가 오시니까 마을 회관을 내어주셨다. 이럴 때 비 내리는 날씨도 도움이 되는 걸..
 어제 못한 목욕을 화장실에서 하는데 문 위가 뚫려 있어서 많은 모기들이 천장에 붙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끝마치고 자리에 누웠다. 마을회관은 크고 깨끗한게 맘에 든다.
 오늘은 하루종일 공사현장만 보았는데 안타깝더라. 나무가 많이 잘려나가고 민둥 거리고 이상한 건물만 높아져 가는건 그다지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니니까.. 더더욱 그 옆엔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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