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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away/4days +

20010711 일지

2001.07.11

무진장 비옴
월평리~장승포동 약 43km
준, 흙, 현, 용
-xx 사우나 (경상남도 거제시)
 
  아무생각 없이 걷고 또 걸었다. 폭우는 쉽게 그치지 않았다. 마구 내리는 비는 판초 우의를 별 쓸모 없이 만들어 버렸고 하의를 사고 말리라 결심하게 만들었다. 처음 거리 계산을 잘 못하는 바람에 걷고 또 걷기만 했다. 이제까지 걸은 것 중 최악의 조건이었다. 돈도 덜어지는 바람에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거제대교는 대형 트럭이 지날 때 마다 휘청 거리고 비는 위에서 퍼부었고 말이 아니었다. 중간에 비가 내리자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잠시 쉬자고 했으나 선두에 선 흙이 무작정 앞으로 나가다가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에 낭패를 당하고 말았다. 내 이럴줄 알았지.
 하는 수 없이 사당처럼 보이는 건물 앞에서 잠시 쉬다가 신발을 샌달로 갈아신었다. 계속 신던 신발을 벗고 샌달을 신다보니 불편했다. 하지만 양말을 신으니 괜찮은 느낌이다. 신발 걱정 안하고 편하게 길을 걸었다.
  보통 7시 정도되면 잠 자리를 찾게 되는데 폭우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고 일단 거제시로 들어가고자 결심한 이상 계속해서 걸어갔다. 점점 몰골이 끔찍해지고 급기야 마지막 휴게소에서는 매점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천장 있는 그 앞에서 그냥 주저 앉아 비상식량으로 가져간 오징어를 뜯었다. 어찌나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들 보시던지..
 9시쯤 되서야 겨우 거제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말 비만 오지 않았어도 행복했을 텐데, 현급지급기가 있는 곳까지 가는 길에도 구경거리 처럼 변했다. 하긴 그쪽도 꽤 큰 도시라 판초우비에 물에 빠진 생쥐꼴 마냥 걸어가는 네명의 남정네들이 신기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돈을 뽑아 모은 후 저녁을 먹고-신발을 벗기가 참으로 미안해서 테이블로 이루어진 식당을 찾느라 시간을 지체 했다- 사우나에 들어 갔다.
 우아아.. 사우나 정말 좋다.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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